첫 재판서 尹-檢 공방…"내란? 법리 안 맞아" vs "폭동" [종합]

3 weeks ago 4

'첫 정식재판' 중앙지법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첫 정식재판' 중앙지법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과 첫 정식 재판에서부터 대립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을 담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시하며 내란죄 성립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 직접 검찰의 PPT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반론을 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첫 정식 재판인 만큼 이날 양측이 각자 공소사실에 관한 기본 입장을 밝히는 모두진술이 이뤄졌다. 따라서 직접 양측이 실시간으로 신문과 답변 등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먼저 검찰이 모두진술을 하고 나서 윤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해 반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다만 이날 재판은 시작 단계인 모두 절차부터 양측의 장시간 진술이 이어지며 재판정 분위기는 고조됐다. 통상 상당수 재판에서는 모두진술에서 다음 기일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판장이 피고인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거친 후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사실 요지 낭독을 시작했다.

검찰은 먼저 윤 전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고 한 뒤 국정 상황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인식,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준비 상황을 차례로 언급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했다"며 "피고인은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제도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 소멸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회와 민주당사, 선관위 등을 폭동성이 강하게 발현된 지역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 민주당사 등을 점거해 출입을 통제하고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형법 제87조(내란) 적용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측 모두발언에서 윤갑근 변호사는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한다며 발언을 이어가다 곧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왜 비상계엄을 했는지 잘 아신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발언 기회를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몇시간 사건을 거의 공소장에 박아넣은 것 같은, 이런 걸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헌재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수사기관(에서 한 관계자) 진술이 많이 탄핵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다"며 "초기 '내란 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서 진술한 게 검증 없이 (공소사실에) 반영이 많이 됐다"고 항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PPT 자료를 모니터에 띄워달라고 요청한 후 크게 손짓하며 검찰 측 진술에 대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윤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 등의 삼청동 안가 모임 등을 제시하며 윤 전 대통령이 야당으로 인해 국정 마비, 경제 위기가 가중됐다고 생각해 야당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계엄 사전 모의라고 해서 2024년 봄부터 그림을 그려왔단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강변했다. 또 "계엄을 쿠데타, 내란과 동급으로 이야기하는 자체가 법적인 판단을 멀리 떠난 것이 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며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란 건 늘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합참본부 계엄과에 매뉴얼이 있고 여러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탄핵안 발의를 언급하며 "(김용현 전) 장관에게도 11월 27일, 28일 회의에서 한 번 보고 감사원장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계엄을)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하고 준비시킨 것"이라는 주장도 피력했다.

정오께 오전 재판을 마친 재판부는 오후 2시 15분에 속개했다.

오후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 측이 오전에 마무리하지 못한 모두 발언을 약 20분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의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당초 지난달 24일 준비기일에선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일정상 이들의 신문은 다음에 진행하고 조 단장과 김 대대장을 이날 증인으로 부르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며 "검찰 측에서 부득이 주신문을 한다면 (조 단장 등에 대한) 반대신문은 추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분명히 최상목, 조태열이 안 되면 바뀔 수 있다고 말씀드려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출석 증인에 대한 주신문은 진행하고 반대신문은 변호인들끼리 의견을 정리하고 가급적 하시라"고 지휘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