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인 SK팜테코가 2억6000만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해 세종에 첨단 펩타이드·합성의약품 공장을 짓는다. 시장에선 미국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부터 비만치료제 수주를 앞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팜테코는 세종에 최첨단 공장을 지어 기존 합성의약품과 펩타이드 생산 능력을 크게 확장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약 1만2616㎡에 들어설 8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수십t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가동이 목표다. SK팜테코 계열사인 SK바이오텍은 지난 8월 말 신규 제품 수주 대응을 위한 시설 투자 목적으로 3147억원의 자산 취득 결정을 공시한 바 있다.
SK팜테코는 펩타이드 제조를 위한 연구개발(R&D) 시설과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cGMP)을 충족하는 시험생산시설(킬로랩, 파일럿 플랜트)도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여섯 번째 공장의 셸도 함께 건설한다. 300명 이상의 신규 직원도 고용할 예정이다. SK팜테코는 “세계적으로 혁신 치료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제한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시설은 중요한 치료제를 공급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는 “이번 투자로 글로벌 신약개발사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회사의 입지가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SK팜테코가 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치료제 CDMO 물량 수주를 앞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팜테코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시장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조 단위 일감을 확보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SK팜테코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 공장을 글로벌 제약사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에 매각하기로 했다. 릴리 뿐만아니라 향후 노보노 물량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에 생산시설을 갖춘 글로벌 5대 합성의약품 CDMO업체”라며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첨단 의약품 제조기술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SK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SK팜테코의 나스닥 상장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