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고가차도 철거 중 무너져 … 작업자 3명 사망
국내 가장 오래된 고가도로
안전문제 반복돼 철거 돌입
슬라브 절단때 발생한 단차
안전진단중 보 무너져 붕괴
정원오·오세훈 선거일정 중단
인명구조·사고수습 한목소리
李대통령 "원인 엄정규명하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26일 소방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2분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가 서소문 고가도로를 철거하기 위해 안전점검을 하던 중 구조물이 붕괴돼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가도로 일부와 공사 잔해가 낙하하며 고가 아래에서 작업 중이던 차량과 작업자, 시민 등을 덮쳐 사상자 6명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인명 피해는 사망 3명, 부상 3명 등이다. 공사 관계자와 보행자 등 사고 발생 당시 현장 인근에 있던 7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사망자는 감리단장 안 모씨와 현장 관리소장 이 모씨, 외부 전문가로 안전진단에 참여한 이 모씨 등 3명이다.
◆ 침하현상 발생 후 붕괴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약 5분 후인 오후 2시 38분께 현장에 출동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오후 2시 49분께부터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62명과 장비 16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경찰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력 257명을 투입해 사고 장소 인근을 통제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사고는 이날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중 발생한 2.9㎝ 단차의 침하 현상을 정밀 안전진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종운 서대문소방서 재난안전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 안전점검을 위해 거더(건설 구조물을 받치는 보) 사이로 들어갔다가 거더가 붕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거더는 주로 다리 상판 밑에 설치돼 구조물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안전진단엔 현장 관리소장과 서울시 토목·도로 담당자, 안전진단 업체, 외부 자문위원 등 9명이 참여했다.
사고 여파로 서소문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는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코레일은 사고 구간을 지나는 서울역~신촌역 운행을 중단하고 초기 대응팀을 파견해 복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구간을 지나는 행신역~서울역 KTX 운행이 중단됐다. 다른 KTX도 서울역과 용산역까지만 운행되고, 모든 KTX 정차역에서 임시 정차하도록 조치됐다. 강릉·중앙선 KTX는 청량리역까지만 운행됐다.
일반 열차는 무궁화호 경부선이 수원역과 천안역까지, 호남선은 서대전역까지, 장항선은 천안역까지 운행하는 등 조정이 이뤄졌다.
◆ 지난해 9월부터 철거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도로는 서울 중구 중림동과 순화동을 잇는 약 500m 길이의 왕복 4차로 고가도로다. 1966년 6월 개통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가도로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는 등 60년 가까이 이용되면서 붕괴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9년엔 교각 콘크리트 박락 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과 2024년엔 각각 바닥판 붕괴, 보 손상 등 구조물 파손이 반복됐다.
안전 문제가 반복되면서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철거를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는 "철거공사와 신설 공사를 거쳐 202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통행 제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서울시 책임론과 함께 '안전불감증'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40대 직장인 A씨는 "퇴근할 때 자주 걷던 길인데, 이런 사고가 나서 아찔하다"고 말했다.
◆ 정치권도 일제히 애도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며 사고 원인을 엄정히 조사하고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철저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선거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도중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지금은 무엇보다 빠른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시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이 시간 이후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즉시 사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현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사망자까지 발생한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이와 관련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박강수 국민의힘 마포구청장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안전이 제일인데, 우리 마포도 늘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며 "우리 마포에선 4년 동안 단 한 건도 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걸 자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유세 현장에 동행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사고가 발생해 수습 중에 있기에 제가 유세를 마치고 갈 때까지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말씀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사고가 잘 수습되고 다친 분들이 나오지 않도록 같은 마음으로 빌어 달라"며 논란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 후 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카톡 대화창엔 '적극적으로 공세에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다른 대화창 참여자들이 '글을 내려 달라'며 강력하게 비판했고, 현재 이 카톡 대화창은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사고 현장에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어서 피해가 최소화되고 부상자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일단 사고 수습과 인명 구조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 캠프는 내부 공지를 통해 "일체의 선거 캠페인 연계나 상대방 비방을 금한다"고 정쟁 차단에 나섰다.
[박자경 기자 / 문소정 기자 / 조병연 기자 / 정석환 기자 /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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