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인상주의 그린 화가…일제는 ‘불령선인’이라 불렀다 [미술관의 엽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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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전시·공연 철 지난 인상주의 그린 화가…일제는 ‘불령선인’이라 불렀다 [미술관의 엽서들] 오지호의 ‘남향집’(1939). <국립현대미술관> 따사로운 한낮의 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마당. 화면 중앙에 잎이 떨어진 대추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뒤로 정겨운 초가집이 자리 잡고 있다. 앞마당의 양지바른 돌벽 아래에는 흰 개 한 마리가 평화롭게 낮잠을 청하고 있다. 열린 문틀 사이로 빨간 옷을 입은 어린 딸이 문을 나서고 있다.일상의 눈부시고 평화로운 한때를 포착한 이 작품은 한국 근대미술의 명작, 오지호의 ‘남향집’이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한풀 누그러지고 따스한 봄이 찾아오기 전 햇살 가득한 마당의 풍경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대표작이다.서양의 인상주의 화풍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이를 한국의 빛과 풍토로 풀어낸 오지호는 인상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빛과 색채에 대한 탐구는 화면 중앙 고목의 그림자 표현에서 두드러진다. 화가는 나무 그림자를 어두운 검은색이 아닌 밝고 투명한 보랏빛으로 채색했다. 눈부신 햇살 속 빛의 진동과 맑은 공기의 흐름, 따스한 온기를 캔버스 위에 담아냈다.오지호가 인상주의를 받아들이고 독자적인 화풍을 펼치던 1930년대 중후반, 서구에서 인상주의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지나간 사조였다. 일본 동경에서 유학하며 서양 미술의 최신 사조를 접했던 화가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자연을 담아내는 데 인상주의야말로 가장 적합한 화풍이라고 봤다.오지호는 생전 “한국의 자연은 일본의 자연과 다르다. 청징하고 밝고, 환한 것이 한국의 자연이라면 일본의 자연은 어둡고 침울한 것이 특징이다. 습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맑고 밝은 한국의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고전적 사실주의나 자연주의, 추상주의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찰나적인 외광에 의해 영감을 자극하고 표현되는 인상의 기법이 적격”이라고 강조했다.‘남향집’에 등장하는 집은 그가 개성 시절 실제로 거주했던 초가집이다. 그림 속 빨간 옷의 소녀는 그의 둘째 딸이며, 흰 개는 그가 키우던 삽살이다. 오지호는 양옥집보다 자연과 숨 쉬고 교감할 수 있는 한국의 전통 초가집을 좋아했다. 그는 1930~1940년대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 교사 시절은 물론 6·25 전쟁 이후 정착한 광주에서도 별세 전까지 초가집에 머물며 특유의 정감 어린 풍경들을 화폭에 옮겼다.캔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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