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임원이 되면 급여가 뛰고 권한이 커지지만 그만큼 책임도 늘어난다. 특히 업무를 하면서 실수, 태만, 의무 위반 등으로 회사, 주주, 제3자 등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소송을 당하기 십상이며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 임원배상책임보험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 경영진이 신사업 실패로 주주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패소하면 배상금 전액 또는 일부가 이 보험에서 지급된다. 회사 및 임원이 부당해고 소송에서 질 때도 임원 몫의 배상금은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다. 다만 임원의 고의나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
기업이 보험료를 내는 이 보험은 1940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대공황 때 기업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소송이 급증하자 보험회사들이 개발했다. 한국엔 1991년 도입됐지만 1997년까지는 가입 실적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소액주주 운동과 사외이사 제도가 확산하면서 크게 늘었다. 요즘도 사외이사 후보자들은 보험 가입 여부를 중요하게 본다. 지난해 새로 이뤄진 계약은 1516건, 보험료는 714억원이었다.
보험업계에선 기업 규모와 업종의 위험 정도 등에 따라 계약 조건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대략 매출이 1조원이면 연간 5000만원의 보험료 납입 상품에 가입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 경우 임원 전체를 대상으로 보장하는 보험금은 100억원 정도다. 대기업의 보험금은 대체로 500억원 이상이다. 보험료는 1년 단위로 낸다.
이 보험 상품의 판매가 올 들어 9월 말까지 15% 이상 늘었다고 한다. 기업 관련 제도가 바뀌거나 강화돼 임원 대상 소송이 대폭 늘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우선 중대재해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또 상법 개정으로 임원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다. 미래의 경영 위험에 전방위로 대비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여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는 것도 이 상품 수요를 늘리고 있다. 형법상 배임죄가 사라지면 민사 소송이 늘 공산이 커서다. 이래저래 보험 없이는 임원 하기도 쉽지 않은 시대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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