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는 발음과 철자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철자법이 굳어지던 15~16세기 무렵 ‘대모음 추이(great vowel shift)’로 불리는 모음 발음에 큰 변화가 생긴 영향이다. ‘물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bite’는 당초 ‘비테’에 가깝게 발음됐지만, ‘바이트’로 바꿔 읽혀도 원래 발음이 담긴 표기가 굳어졌다. 영국 시인 앨런 밀른이 “철자들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내 맞춤법은 엉망”이라고 탄식한 이유다.
철자를 틀리지 않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글을 쓰는 이들에게 골치 아픈 숙제였다. <사기열전>에는 황제에게 올리는 문서에 ‘마(馬)’자를 한 획 빼고 쓴 것에 전전긍긍하는 석건이라는 인물의 일화가 전해진다. 한글 창제 직후 간행된 <월인천강지곡>에는 맞춤법 원리에 맞춰 ‘ㅅ’ 받침으로 인쇄된 부분이 ‘ㅈ’이나 ‘ㅊ’으로, ‘ㄷ’은 ‘ㅌ’으로, ‘ㅂ’은 ‘ㅍ’으로 수정된 흔적이 남아 있다.
인쇄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맞춤법이 틀리거나 오탈자가 나오는 것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서는 문제로 비화하곤 했다. 1950년 대통령(大統領)을 견통령(犬統領)으로 잘못 기재한 대구매일신문은 정간되고 사장은 구속됐다. 1942년 일본의 한 출판사는 천황 ‘폐하(陛下)’를 ‘계하(階下)’로 오식(誤植)한 탓에 출판정지 명령을 받았다. 2016년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최고 지도자’ 시진핑을 ‘중국 최후 지도자’로 잘못 표기했다가 매서운 눈총을 받았다.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북미조약기구’라고 제목을 잘못 다는 사고가 벌어졌다. 약칭을 풀어쓰면서 ‘대서양의(Atlantic)’를 ‘미국의(American)’로 혼동했다. 나토 방위비의 70%를 미국이 부담하는 현실을 고려하다가 빚어진 실수로 보인다.
미국의 나토 탈퇴 움직임을 비판한 NYT 기사에서 대형 오자가 나오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흥미로운 실수”라고 비꼬았다. 신문 제목의 오탈자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기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아냥이 NYT에 더 뼈아파 보이는 이유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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