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에게만 허락된 '카우보이 왕관'…더 CJ컵에서 만나는 '텍사스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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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24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윈덤 클라크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24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윈덤 클라크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에서 럭셔리는 화려한 로고보다 몸에 맞게 길들인 전통에 가깝습니다. 햇빛과 비를 막던 카우보이모자, 말 위에서 발을 지탱하던 부츠는 이제 텍사스의 전통과 취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더 CJ컵 바이런 넬슨’ 우승자는 트로피와 함께 또 하나의 ‘왕관’을 받는다. 텍사스 전통 카우보이모자다. 골프대회의 우승 세리머니라면 초록 재킷이나 트로피가 먼저 떠오르지만, 텍사스에선 카우보이 모자가 자연스러운 챔피언 상징이다.

우승자 모자를 다듬는 곳은 대회장 인근의 ‘매키니햇컴퍼니’. 대회 마지막 날 우승자가 확정되면 이들의 작업은 순식간에 시작된다. 선수는 스코어카드에 서명한 뒤 방송 인터뷰와 시상식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짧은 틈에 미리 준비한 아홉 가지 사이즈의 모자를 차례로 씌워보며 두상에 맞는 크기를 찾아낸다. 시상식에서 선수는 자기 머리에 꼭 맞는 모자를 쓰고 카메라 앞에 선다. 모자는 이후 다시 정밀한 마무리 작업을 거쳐 우승자에게 최종 전달된다.

카우보이모자는 크게 짚을 엮어 만든 모자와 동물 털을 압축해 만든 펠트 모자로 나뉜다. 더운 지역과 여름철에는 통풍이 좋은 짚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격식을 갖추거나 내구성을 중시할 때는 비버 털 등을 섞어 만든 모자를 착용한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모자는 스텟슨 브랜드의 고급 라인인 ‘엘 프레지덴테’다. 고급 펠트 모자로 빗방울이 쉽게 스며들지 않을 만큼 방수성과 내구성이 좋다는 설명이다. 이번 대회 우승자인 윈덤 클라크에게 모자를 건넨 매키니햇컴퍼니의 브래드 졸리는 “카우보이모자는 보통 75달러부터 시작하지만, 우승자에게 제공되는 라인은 보통 1400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우보이모자는 실용성에서 출발했다. 넓은 챙은 강한 햇빛을 가리고, 비를 흘려보내고, 먼지 많은 들판에서 얼굴을 보호했다. 거친 날씨를 견디기 위한 작업 도구이던 셈이다. 이후 영화와 컨트리 음악을 거치며 텍사스의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물건이 됐다. 텍사스 주의회가 2015년 카우보이모자를 공식 ‘주 모자’로 지정한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우승자에게 선사된 모자는 가운데가 눌렸고 챙이 적당히 올라간 전형적인 형태다. 이런 모양도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과거 카우보이모자는 평평한 형태로 팔렸지만, 사람들이 손으로 잡고 쓰는 과정에서 위쪽이 눌리고 챙 양쪽은 말려 올라갔다.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졌고, 오늘날에는 처음부터 그런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미국의 카우보이모자 가게에서는 얼굴형과 체격, 취향에 맞춰 스팀을 쐬어 모양을 잡아준다. 같은 카우보이모자라도 챙을 어떻게 올리고, 크라운을 어떻게 누르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엠엘레디스 매대에 진열된 카우보이 부츠.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엠엘레디스 매대에 진열된 카우보이 부츠.

카우보이모자와 함께 텍사스를 상징하는 물건이 또 있다. 카우보이 부츠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엠엘레디스는 1922년 텍사스 브래디에서 시작해 1941년 포트워스에 매장을 연 전통 부츠 가게다. 매장 안쪽에는 고객의 발 치수를 기록한 장부가 빼곡히 쌓여 있다. 빈 종이에 발 모양을 본뜨고, 조금씩 다른 왼발과 오른발의 치수를 따로 잰다. 이곳에는 1941년부터 남긴 기록도 보관돼 있다. 한 번 치수를 재두면 훗날 전화로 다시 주문해도 같은 발에 맞춘 부츠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소재의 세계는 넓다. 매장에는 타조, 캥거루, 상어, 하마, 가오리, 뱀, 물소, 기린, 악어 등 다양한 부츠가 놓여 있었다. 코끼리 가죽은 특히 질기고 튼튼해 야외에서 신기 좋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타일러 캠벨은 “악어 가죽은 잘 차려입은 옷차림에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가격은 카우보이모자보다 비싸다. 이곳에서 맞춤 부츠는 1400달러 안팎에서 시작한다. 소재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코끼리 가죽 부츠는 26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하고, 악어 가죽은 7000달러부터다. 부츠의 아래와 위를 모두 악어 가죽으로 제작하면 가격은 1만4000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부츠 높이를 올리거나 가죽을 손으로 조각해 무늬를 내는 장식을 더하면 가격은 더 뛴다.

겉보기엔 크고 투박해 불편할 것 같지만 발에 맞는 부츠를 신어보니 느낌이 달랐다. 일반 신발처럼 푹신하거나 가볍지는 않았지만 발등과 발목을 단단히 잡아줘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텍사스에서는 의사, 변호사, 파일럿도 카우보이 부츠를 일상적으로 신는다고 한다.

매키니(텍사스)=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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