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우월주의 등 ‘극우 집단’…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포장
온라인 커뮤니티서 활동하며 농담 속에 정치적 메시지 숨겨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가/신시아 밀러 이드리스 지음·조인석 옮김/404쪽·2만 원·동아시아

실제로도 이들의 스타일링은 의도된 전략이었다. 극우 극단주의자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교란하고,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한 연출. 위협적이고 과격한 인상을 지우자 훨씬 더 많은 청년들이 극우 담론을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 아메리칸대 공공정책대학원·교육대학원 교수가 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극단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세련되고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처럼 포장하며 대중 속으로 스며드는지를 분석했다. 흔히 정치적 급진화는 공개적인 정치 활동이나 이념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음악이나 스포츠, 패션,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생활 공간이 훨씬 강력한 통로라고 말한다.
오늘날 극단주의는 증오를 훨씬 더 ‘힙(hip)’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대표적인 무기가 유머다. 과거에는 나치 문양이나 인종차별 문구를 대놓고 사용했다면, 이제는 농담과 밈(meme), 애매한 표현 속에 메시지를 숨긴다. 예컨대 보라색 티셔츠에 “MY FAVORITE COLOR IS WHITE(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흰색)”라고 적힌 문구는 단순한 진술처럼 보이지만 백인 우월주의 코드로도 읽힌다.이런 ‘교묘한 암호화’의 장점은 명확하다. 내부자들끼리는 은밀한 소속감을 공유하면서도, 비판받을 때는 언제든 “농담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발을 뺄 수 있다.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은 유머 감각 없는 과민한 사람으로 몰린다. “웃자고 한 말인데 왜 죽자고 덤비냐”는 식의 태도. 극단주의는 이제 노골적인 선동보다 농담과 놀이, 취향의 형태로 번져나간다.
책은 이러한 흐름이 특정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축구 경기장, 교회, 대학 캠퍼스, 소셜미디어, 지역 커뮤니티까지. 특히 극우 음악은 1980년대 하드록 중심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컨트리·팝·랩·포크 발라드 등 거의 모든 장르로 퍼져나갔다. 정치적 메시지는 더 이상 연설문이 아니라 플레이리스트와 패션 브랜드 속에 녹아 있다.
극우·극좌·양극화를 다룬 책은 이미 넘쳐난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극단주의를 거대한 정치 담론이 아니라 일상의 문화와 취향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어떻게 사람들이 가랑비에 옷 젖듯 특정 세계관에 스며드는가. 그리고 극단주의는 어떻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는가. 정치와 가장 멀어 보이는 공간들이 사실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플랫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섬뜩한 통찰을 남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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