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와 페르시아(700년의 대결)/에이드리언 골즈워디 지음·이종인 옮김/816쪽·4만3000원·책과함께
작금의 어지러운 나라 상황을 보며 대한민국이 대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인 이들이 많다. 광복을 맞은 지 불과 70여 년 만에 이룩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세계 7번째로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을 개발한 나라, 군사력은 세계 6위, K팝 등으로 대표되는 문화 강국…. 그런데, 요즘 위정자들이란 사람들의 해괴한 행태를 보면 신라까진 바라지도 않고 100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태풍 속을 지나면서도 선장과 선원들이 싸움만 하는 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난파 외에 뭐가 있을까.이 책은 영국 역사학자이자 전쟁사학자인 저자가 고대의 두 패권국인 로마와 페르시아(정확히는 파르티아와 그 뒤를 이은 페르시아)의 700년간의 갈등과 대립을 서술했다. 얼핏 보면, 두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과 정치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나열한 것 같지만,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어떻게 두 나라가 700여 년을 지속해 생존할 수 있었는지’다. 허구한 날 안에서는 정쟁, 밖에서는 전쟁만 하는 나라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과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고 해서 로마나 파르티아가 상대방을 폐쇄적으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서로 경계하고 모욕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공존하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겼다. 황제와 왕중왕들은 이렇게 평화 공존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8장 ‘상업에 능숙한 사람들’에서)
저자는 고대 세계의 두 패권 국가가 그 오랜 세월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양쪽 지도자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무엇이 가장 큰 관심사인지 판단하며 그것을 성취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늘 그런 지도자로 가득 차 있던 것도 아니고, 항상 잘한 선택만 한 것도 아니지만 근본적인 흐름은 그랬다는 것이다.벌써 한 달 넘게 위정자라는 이들이 ‘나라와 국민은 모르겠고 너만 쓰러뜨리면 소원이 없겠다’며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읽는 것은 로마와 페르시아 이야기인데, 머릿속에서는 우리나라 걱정에 한숨만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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