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사이언스/한성구 지음/400쪽·3만 원·궁리
서양의 해부학이 중국에 소개됐을 때, 무엇보다 ‘뇌가 인간의 지각과 사고를 담당한다’는 생각이 주목받았다고 한다. 기존 중국적 관념에선 사유 기관으로서의 ‘심(心)’과 생명의 중심으로서의 ‘심장’을 하나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장 따로, 마음 따로’라면 인간은 육체와 정신으로 영역이 나뉘게 된다. 이는 한의학의 토대는 물론, ‘심’을 인간 본성의 근원으로 여기는 성리학 전체를 위협하는 것이었다.서양 과학의 도입부터 최근까지의 중국의 ‘과학’에 관해 다각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과학 도입 초기 중국에서 ‘사이언스(science)’는 ‘새인사(賽因斯)’로 음역됐다. ‘새(賽)선생’은 ‘덕(德)선생’(democracy)과 함께 ‘민주’와 ‘과학’을 추구한 1919년 중국 5·4운동의 주요 구호가 됐다. 과학이 ‘공(孔) 선생’(공자)의 지위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과학굴기도 다룬다. 2015년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중국 본토 과학자가 순수하게 중국 내에서 연구한 업적으로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었다. 문제는 그의 연구가 절정에 달했던 때가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70년대였다는 점. 그는 국가 지원이나 연구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개인의 의지와 역량만으로 뛰어난 결과를 냈다. 과학 연구에서 제도와 체제를 중시하며 집단 연구를 장려하던 중국 정부로선 그의 수상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풍부한 도판이 이해를 돕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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