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잊고싶은 기억 재해석하면 단단한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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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정확하게 저장되지 않아 떠올릴 때마다 내용 달라지기도 기억에 대한 감정-해석 변하면 아픈 상처도 내면의 힘으로 치유 ◇기억을 바꾸는 법/스티브 라미레스 지음·김명주 옮김/432쪽·2만4800원·김영사 게티이미지뱅크 짐 캐리, 케이트 윈즐릿 주연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4년)’은 과거의 기억을 지우려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헤어진 여자 친구 클레먼타인(윈즐릿)이 자신과 함께한 모든 기억을 지웠단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조엘(캐리). 그는 클레먼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면 상처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라쿠나’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억 삭제 시술을 받는다. 시술은 성공적이어서 그의 머릿속에선 잊고 싶은 기억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지만, 동시에 그녀와의 행복했던 기억도 사라져 간다. 영화 같은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면? 사랑의 상처, 친구의 배신, 직장에서의 굴욕, 학교 폭력에서 범죄 피해까지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정말, 나쁜 기억만 콕 집어서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2013년 쥐에게 가짜 기억을 심는 실험을 성공시켜 신경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저자가 기억을 바꾸는 것에 관한 의미를 과학적·철학적으로 고찰했다. 저자는 기억은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떠올릴 때마다 다시 써지는, 그래서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기억은 원본 사건의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꺼낸 버전을 반영한다. 이것이 바로 기억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이자 유연함이다. 뇌는 마치 기억의 화산과 같아서, 활동하지 않을 때는 기억이 암석으로 굳어 있다가 회상하는 순간 용해된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똑같은 모양으로 굳지 않는다.”(3장 ‘티끌 없는 마음을 원하는가?’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의 추억, 사고 등 모든 경험은 뇌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긴다는 리하르트 제몬(1859∼1918)의 ‘엔그램(engram) 가설’, 현대 신경외과의 선구자인 와일더 펜필드(1891∼1976)의 뇌 수술 등을 소개하며 기억 바꾸기의 가능성을 설명한다. 펜필드는 뇌전증(간질) 환자의 뇌 수술을 주로 했는데, 뇌(측두엽)에 아주 약한 전기 자극을 줬을 때 상당수 환자가 과거의 기억을 말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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