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린이도 인간” 상식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 5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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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조지프 루치 지음·박희원 옮김/320쪽·2만2000원·아고라 1445년 2월 5일,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건물에 갓난 여자아이가 맡겨졌다. ‘아가타 스메랄다’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는 버려진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해 세워진 유럽 최초의 보육시설 ‘인노첸티’가 받아들인 첫 아기였다. 이후 500여 년 동안 이곳이 품은 아이는 약 40만 명에 이른다. 단테를 전공한 문학 교수이자 이탈리아 문화 연구자인 저자는 인노첸티의 역사를 좇으며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또 다른 변화를 들여다본다.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불러낸 문화의 물결 속에서 어린이 역시 보살피고 교육해야 할 존재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출발엔 역설적이게도 부유한 상인 프란체스코 다티니(1335∼1410)의 속죄가 있었다. 흑사병으로 부모를 잃은 뒤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노예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는 등 방탕한 삶을 살았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재산을 자선사업에 남겼고, 이러한 구호 움직임을 배경으로 피렌체 비단직공조합이 인노첸티 설립에 나섰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으로 유명한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가 건물을 설계했다. 아름다운 예술을 꽃피운 르네상스 시대, 인노첸티에선 또 다른 ‘돌봄 혁명’이 일어났다. 가족계획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당시 유럽에선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인노첸티는 버려진 아이들의 생존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을 통해 훗날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했다. 초기엔 일부 아이가 부유한 집안에 입양돼 새로운 삶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책은 인노첸티를 아름다운 자선의 역사로만 그리지 않는다. 재정난 속에서도 값비싼 미술품을 사들였고, 보호받던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켰던 이면도 냉정하게 들춘다. 음악이나 가창처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공부한 아이는 소수였다. 대다수는 열세 살이면 ‘성인 노동자’로 일을 해야 했다. 오늘날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책은 그 자명한 원칙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건 아니라고 말한다. 버려진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미래를 그리는 존재로 바라보기까지, 인노첸티의 500년은 어린이를 향한 사회의 시선이 변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날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적힌 문장들이 어떤 긴 시행착오 끝에 우리의 상식이 됐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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