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하며 뇌에 노폐물 축적… 몸-정신 ‘침묵’해야 독소 제거돼
현대인 대부분 ‘행동 중독’ 상태…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괴로워해
신체의 회복 위해 휴식 늘려야
◇뇌를 위한 침묵 수업/미셀 르 방 키앵 지음·이세진 옮김/280쪽·1만8000원·어크로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쉬려고 절에 왔는데, 오리엔테이션만 한 시간씩 하면서 진짜 ‘쉼’과는 거리가 먼 곳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진짜 쉼’이란 무엇일까?
20년 경력의 신경과학자이자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침묵’의 놀라운 효과를 실증적으로 서술했다.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이란 부제처럼 저자는 ‘침묵’을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저자에게 ‘침묵’은 넓은 의미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하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멈추는 행동이다. 신체의 침묵에서 자아의 침묵까지 회복을 위해 필요한 8가지 침묵을 정리하고, 침묵이 우리의 기억력, 주의력, 심지어 면역력에까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뇌가 열심히 일하면서 생성한 노폐물을 청소하는 것은 (수면을 동반한 휴식 혹은 비수면 상태의) 휴식을 취할 때임을 알아냈다. … 푹 자고 일어난 후 혹은 명상을 하고 난 후 개운함을 느끼며 휴식의 재생 효과를 실감하는 것은 이러한 뇌의 독소 제거와 관련이 있다.”(3장 ‘주의력의 침묵’에서)
저자는 모두가 ‘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쉬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더 괴로워하는 ‘행동 중독’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예시로 든 한 실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빈방에 한 사람씩 6∼15분 정도 가뒀다. 그리고 얼마 뒤 전기 충격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자, 상당수(남성은 67%, 여성은 25%)가 자신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차라리 ‘고통’을 선택할 만큼 ‘신체의 침묵’ 상태를 견디지 못했다는 뜻이다.
남의 일 같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 동네 편의점을 가는 그 잠시, 몸을 가누기 힘든 출근 시간 지하철 안에서도 기를 쓰고 휴대전화로 뭔가를 보고 있는 게 바로 나 자신이니까. 저자는 우리 몸은 이런 ‘행동 중독’ 상태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이런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바이러스나 암 등에 취약해지는 면역력 약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