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두 자식을 잃었다… 식물처럼 그저 살아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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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수상 상처 치유-시련 극복에 집착 안 해… ‘애도’ 거부하며 공기처럼 살아가 “부모가 사는 건 자식에 대한 사랑”… 소설 같은 삶의 무질서함에 주목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이윤 리 지음·정혜윤 옮김/252쪽·1만8800원·다산책방 신간은 두 아들을 모두 잃은 어머니가 쓴 에세이다. 저자는 자신의 슬픔에 종착점이 있길 바라지도,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은 채 그저 살아간다. 죽음 앞에서 어떤 위안도 만들어 내지 않으려는 작가의 글은 낯설고 서늘하며, 이상하리만큼 단단하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두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첫째는 16세에, 둘째는 19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남은 어머니는 어떻게 살아갈까.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인 저자의 에세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 저자가 두 아들을 모두 잃은 뒤 쓴 이 책은 2025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이듬해 퓰리처상(회고록·자서전 부문)을 받았다. 이 책을 읽는 건 정말 만만치 않다. 독자가 기대할 법한 이야기가 없다. 슬픔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상처를 어떻게 치유했는지, 마침내 어떤 깨달음에 도달했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시련을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는 글을 읽는 만족감 역시 쉽게 주질 않는다. 뭣보다 작가는 ‘애도’란 말을 거부한다. 애도라는 단어에는 마치 종착점이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종착점에 빨리 도달할수록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듯하고, 주변 사람들도 덜 불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슬픔에 종착점이 있길 바라지 않는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쓴다. 부모가 살아가는 건 그것이 자식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자식의 죽음은 너무 쉽게 한때의 뉴스가 되고, 다음 날이면 뒷이야기가 되며, 결국에는 통계의 숫자 하나가 된다. 그러나 부모에게 아이의 죽음이 그렇게 지나가버릴 수 있는 일일까.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일은 공기와 같고 시간과 같다. 삶의 끝에 도달할 때야 비로소 끝날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두 아들을 그렇게 떠나보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특수한 경험이고,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무질서함’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자. 첫째 아들 빈센트는 새로 이사할 집의 계약금을 치른 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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