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K호러로 풀어낸 인종-젠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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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모니카 김 지음·박소현 옮김/476쪽·1만9500원·다산북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1993년생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2024년 데뷔작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초식동물처럼 늘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 아시아계 여성의 감각을 뒤틀린 호러로 풀어냈다.

소설의 출발은 일상적이다. 아빠가 집을 나가고 엄마는 ‘조지’라는 중년 백인 남성과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남자, ‘옐로 피버(yellow fever·아시아 여성에 대한 성적 환상)’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다른 여성들에게 추근대는 데 거리낌이 없다.

두 딸이 보기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물. 문제는 그의 시선이 자매에게까지 향한다는 점이다. 먹잇감을 훑듯 노려보는 눈. 초식동물이 포식자의 기척을 감지하듯, 자매는 그 시선을 예민하게 감각한다.

균열은 그때 시작된다. 자매 중 언니인 주인공은 꿈에서 조지의 푸른 눈을 마주한다. 나팔꽃처럼 밝고 선명한 눈동자가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집요하게 좇는 꿈이다. 주인공은 눈알을 입에 넣고 씹어 삼키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린다. 공포와 쾌감이 뒤섞인 감각이 서사를 밀어 간다.

이 기괴한 상상력은 작가의 개인적 기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작가는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주한 어머니를 통해 생선 눈을 먹는 풍습 등 한국의 여러 문화와 미신을 접했다. 여기에 팬데믹 시기 급증한 아시아인 혐오 범죄, 특히 2021년 애틀랜타에서 아시아 여성 6명이 총격으로 희생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소설은 인종과 젠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보는 자’의 폭력성과 ‘보여지는 자’의 불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다만 1970년대 한국을 묘사하는 대목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굶주림 속에 나무껍질이나 들쥐를 먹는 장면은 시대 고증이 너무 빗나간 듯하다. 그럼에도 음식과 감각을 다루는 문장은 인상적이다. 바싹 구운 생선의 뼈를 발라내는 장면은 유난히 생생하고, 서사는 속도감 있다. 초식동물처럼 살아남기 위해 감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존재가, 어느 순간 포식자의 욕망을 되돌려 쥐는 순간. 소설은 그 전복의 감각을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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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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