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휴게소 한켠 ‘아이사랑 도서관’
기증 도서 받아 주민들이 직접 관리
대구파티마병원에는 스마트도서관
동구 물빛서원선 수영하고 책 빌려
최근 경북 칠곡군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칠곡휴게소를 이용한 김현영 씨(42)는 친정을 갈 때마다 경부고속도로를 탄다. 그는 “상행선 칠곡휴게소는 우리 가족에게 빠트리지 말고 들러야 할 단골집이 됐다”고 말했다. 휴게소의 편의시설인 ‘아이사랑 도서관’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정식 개관한 아이사랑 도서관에는 어린이 도서 30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누구든 책을 꺼내 읽고 외부로 가져갈 수도 있다. 다 읽은 책은 다음에 들러 다시 꽂아두거나 자신이 소장한 책을 대신 두고 가도 된다. 대출 기록을 남길 필요가 없고 반납 기한도 없다. 전적으로 방문객 의지에 맡긴 것이다.
아이사랑 도서관은 칠곡 주민들이 고안해 만들어졌다.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은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휴게소에 머무르며 잠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칠곡휴게소측과 협의해 도서관을 만들기로 한다. 회원들은 각 가정과 아파트 작은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도서를 모았고 지나치게 낡은 책을 제외하고 깨끗하고 유익한 책만 선별해 정리했다. 분류와 진열, 책장 설치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해 모두 1500여 권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1, 2회 정도 도서관을 찾아 책 상태를 살펴보고 새로운 기증 도서를 채워 넣고 있다.아이사랑 도서관은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호평을 듣고 있는 가운데 운영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김명신 새마을금고 칠곡군지부 회장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잠시 쉬어가며 책을 읽기도 하고 책을 몇권 가져갔다가 더욱 많은 책을 가져와 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의 좋은 반응에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는 이 사업을 칠곡휴게소 하행산 방향과 인접 동명휴게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이처럼 주민들과 지자체, 기관이 만든 이색 도서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추세다. 대구시는 3월 동구 혁신도시에서 복합문화센터 ‘물빛서원’을 정식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기존에 보기 드물었던 도서관과 수영장이 결합된 형태다. 건물 3층에 있는 도서관은 종합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등으로 구분돼 있으며 고전문학부터 최신 웹툰까지 일반도서 1만8000여 권, 아동도서 1만3000여 권을 구비하고 있다.
집중력을 높이는 1인용 좌석을 비롯해 야외 테라스존 등 시민들의 다양한 독서 취향을 반영해 설계가 이뤄졌다. 수영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에서는 수영과 요가, 에어로빅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영장은 인근 민간시설보다 60% 정도 저렴한 이용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동부도서관과 협력해 2023년부터 지역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동관 1층 출입구에 스마트도서관을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 이용객들이 진료·수납 대기 시간 동안 지루해하지 않도록 조성했다고 한다.무인도서관 형태로 운영하는 이 병원 스마트도서관에서는 신분증을 소지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책 3권을 보름 동안 빌릴 수 있다. 아동 및 일반 신간 도서와 힐링 치유 도서 등 500여 권을 구비하고 있다.
김선미 대구파티마병원장(골룸바 수녀)은 “스마트도서관을 도입한 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스마트도서관을 통해 독서 문화가 확산하길 바라고, 앞으로도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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