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300을 넘어서며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냉소가 팽배했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코스피 5000’ 달성 가능성으로 모이고 있다. 그러나 지수 상승은 단순한 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넘어야 할 구조적 장벽을 드러내는 신호다. 애널리스트 김학균의 신간 <5000p 시대를 위한 투자 대전환>은 이 변곡점에서 필요한 전략과 태도를 제시한다.
저자는 30년 가까이 시장을 분석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는 단기 전망에 흔들리지 않고 역사와 데이터를 토대로 시장의 본질적 흐름을 짚어왔다. 특히 한국 증시 저평가의 뿌리로 지배구조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며 ‘1주 1표’ 원칙과 자본 효율성 제고를 강조했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니라 지배구조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결과로서 가능하다”는 관점을 내놨다.
책은 투자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왜 실물경제는 부진한데 자산시장은 활황을 이어가는지, 왜 장기투자로도 소수만 웃는지, 버블의 정점은 예측 가능한지, 미국 증시 불패론은 언제까지 유효한지 등이다. 저자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과열, 중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 우량 기업들의 자본잠식 같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불안 요인을 설명한다.
투자자 심리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 시장이 오르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하락하면 공포가 커지는 ‘인지적 편향’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그는 가치투자와 회의적 태도를 제시한다. 강세장에서는 냉정하게, 약세장에서는 낙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필요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투자 전략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저자는 미국 증시에도 경고음을 보낸다. 재정적자, 전쟁 개입, 소프트파워 약화, 성장주 쏠림 등 쇠퇴기의 전형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맥도날드·스타벅스 같은 장수 흑자 기업마저 과도한 주주환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된다.
이 책은 단기적인 종목 추천이나 전망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투자자의 사고 틀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역사 속 변곡점은 질서와 사고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 계기”라며 코스피지수 5000을 한국 자본시장의 변곡점으로 규정한다. 투자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향방을 고민하는 독자에게도 참고할 만한 통찰을 제공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