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출산 여성의 목숨을 살린 과학책이 있다. 1861년 헝가리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가 쓴 <산욕열의 원인, 이해, 예방>이란 책이다. 당시 유럽은 여성 열 명 중 네 명이 출산하다가 사망할 정도로 산모 사망률이 높았다. 이 책은 그 이유가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고 산모를 검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이 소독제로 손을 씻으면 분만이 안전하게 끝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제안했다가 뭇매를 맞고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그럼에도 그가 쓴 책은 계속 남아 전해졌다. 책이 출간된 지 수십 년 지난 뒤 그의 권고가 실행되자 산모 감염률과 사망률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제멜바이스의 책을 비롯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과학책과 그 책을 쓴 과학자를 조명한다. <히포크라테스 전집>, 유클리드의 <원론>, 찰스 다윈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등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책을 다룬다.
과학책의 독자는 과거 전문가로 제한돼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으로 확장됐다. 17세기에 이르러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과학 저술을 대중도 볼 수 있도록 라틴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썼다.
과학의 역사를 과학책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새롭게 느껴진다. 글뿐 아니라 과학책의 표지와 삽화, 저자의 이미지, 역사적 사료 등 다양한 자료가 이해를 돕는 책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