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배송·할인도 없는데 왜?…'트레이더 조'의 성공 공식

2 days ago 6

“도보 5분 거리에 ‘트레이더 조(Trader Joe’s)’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대 안내문에는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이른바 ‘트세권’을 내세울 정도로 트레이더 조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온라인 몰도, 배달 서비스도 없는 이곳은 어떻게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책마을] 배송·할인도 없는데 왜?…'트레이더 조'의 성공 공식

신간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는 월마트, 홀푸드마켓 등을 제치고 단위 면적당 매출 1위를 기록한 미국 식료품 전문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의 성공 비결을 해부한 책이다.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근무한 정김경숙이 실제로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1년6개월간 일하며 발견한 경영 철학을 생생히 기록했다.

트레이더 조 매장에는 없는 게 많다. 1967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온라인 몰을 운영하지 않았다. 로켓배송이 당연해진 시대지만 배송 서비스도 없고, 흔한 할인 행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몰려드는 까닭은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에 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약 4000개 상품 가운데 80% 이상이 초저가 자체 브랜드(PB) 제품이다.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 김밥, 이탈리아 전통 요리를 건강식으로 바꾼 콜리플라워 뇨키 등 트레이더 조만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른 유통업체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한정 판매 전략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무리 고객 반응이 좋아도 특정 시즌에만 판매하는 제품이 있다. 가령 크랜베리 소스는 겨울에만 판매하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한 번에 수십 개씩 구매해 집에 쟁여놓는다고 한다. 트레이더 조는 이렇게 곧 품절될 상품임을 매대에 표시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제품 진열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것도 트레이더 조만의 특징이다. 자칫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이런 변화는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반복적인 쇼핑 패턴을 이어가던 소비자는 제품을 찾기 위해 매장을 탐험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계산대에선 직원과 고객이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된다. 미국 사회의 일반적인 문화로 여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트레이더 조에서는 직원들에게 고객 응대 시 ‘스몰 토크’를 권장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매장을 단순한 구매처가 아니라 친근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된 존재로 인식한다.

트레이더 조는 로고가 새겨진 가성비 에코백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이 브랜드의 비밀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