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은 불과 몇 달 사이에도 판도가 바뀌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은 독주 체제를 굳혔고, 중국은 은밀히 세를 넓히며 추격 중이다. 유럽, 일본, 대만 등도 발 빠르게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기존 성과에 안주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쓴
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며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총체적으로 다룬다.이 책은 저자가 앞서 펴낸 <반도체 주권국가>
에서 이어지는 ‘기술패권 3부작’이다. 저자는 AI 시대를 국가 주권과 직결된 패권의 언어로 해석하며, 한국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가 말하는 핵심 축은 세 가지다. 컴퓨팅 파워, 데이터, 전력. 이 3대 요소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주권 전략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책에는 정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녹아 있다. 장관 시절 ‘자상한 기업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한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가 불과 몇 년 만에 토종 팹리스 삼총사로 성장한 사례는 민간 혁신 역량과 정부 전략의 결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계 최초로 구축된 AI 제조 데이터 플랫폼 KAMP 역시 당시의 중요한 실험이었다. 계획대로 안착하지는 못했지만 저자는 지금이라도 이를 재정비해 한국형 소버린 AI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시야는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대만의 ‘AI 팩토리’, 일론 머스크의 ‘콜로서스 프로젝트’ 같은 해외 현장을 생생히 소개하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