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픈 몸'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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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모든 것이 살점을 쥐어뜯는다. 모든 것이 살갗에 박히는 가시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완치가 어려운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저자가 10여 년 전 쓴 일기 내용이다. 전신의 통증, 피로, 체력 없음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만성 통증으로 고생한 저자가 얼마나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오랜 시간 통증을 달고 살며 병을 앓는다는 것에 대해 탐구해 온 저자는 몸의 고통과 질병이 던지는 근원적이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적은 글을 에세이로 엮었다.

책은 병원, 의사, 치료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용서나 인간 승리 드라마를 담은 일반적인 투병기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그저 병이 삶에서 특정한 조건, 상황, 한계가 되었을 때 그 안에서 살아가며 배우고 생각한 것 등을 글로 썼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아픔을 온전히 타인에게 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병자들이 쓴 책이나 병자들에 관한 책은 저자에게 새로 발견한 금광과도 같았다. 저자는 심한 두통이 지병이었던 영국 출신 작가 버지니아 울프, 유방암 투병을 했던 시인 앤 보이어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언급하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심전심의 위로가 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힘든 시기에 우리를 붙잡아서 계속 살게 하는 말이 있다”며, 자신 또한 책, 영화, 편지, 혹은 직접 들은 말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아픈 사람에게 즐거움은 귀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전하는 말 또한 고통받고 있을 누군가에게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글이자 믿음과 희망을 주는 글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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