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를 채용하지 않고 '면접 과제물'만 제출 받아 상업 광고에 활용한 회사가 구직자에게 손해배상을 진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회사가 '저작권 귀속 받는 대가'라며 지급한 15만원은 저작권 양도 대가가 아니라 '면접비'에 불과하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화장품 업체 A사가 구직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본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반대로 B씨가 A사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반소)에서 "A사는 B씨에게 2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지원자 아이디어 받자마자...'채용 탈락' 통보
A사는 2025년 1월 채용 공고 사이트에 파격적인 웹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올렸다. 성과에 따라 회사 스톡옵션, 법인차량 및 법인카드, 숙소, 호텔 회원권까지 지원하는 조건이었다.
이를 본 디자이너 B씨가 지원했고 다음달 면접을 치렀다. 이 자리에서 A사는 '면접 과제'라며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인터넷 상세페이지 디자인 제작을 요구했다. B씨는 상세페이지 디자인을 제작해 사흘 뒤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는 디자인을 제출받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B씨에게 채용 탈락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제출하신 디자인은 자사에 귀속돼 모자르지만 소정의 비용(15만원)을 지급하고자 합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낸 뒤 B씨에게 15만원을 입금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4월 중순, B씨는 A사의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자신이 면접 과제로 제출한 디자인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B씨는 A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A사는 광고를 계속 게시했다.
이에 B씨가 쇼핑몰 사이트 측에 저작권 위반 신고를 하자, 쇼핑몰 측은 A사의 상품 판매를 중지시켰다. 그러자 A사는 "B씨의 신고로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씨 역시 손해배상액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맞소송(반소)을 냈다.
○법원 "과제물은 저작물...면접비에 불과"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B씨가 만든 상세페이지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B씨가 제작한 디자인은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별도의 저작권 이 용허락 계약이나 양도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다"며 여전히 저작권이 B씨에게 있다고 봤다.
A사가 '자사에 귀속되는 대가'라며 지급한 '15만 원'도 '면접비'라고 봤다. 재판부는 "채용 면접 탈락 사실을 통보하면서 면접 과제 제출에 대한 대가로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한다면 면접비로 해석되기 쉽다"며 "지급한 금액(15만원)도 (저작물의) 포괄적·일반적 이용 허락이나 양도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B씨가 한 저작권 침해 신고 행위는 위법이 아니라고 보고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B씨가 청구한 반소에 대해 법원은 A사가 손해배상금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갑질 면접'에 대한 경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면접 과정에서 회사에 제출한 서류나 창작물의 저작권이 회사에 있다고 명시하면서 구직자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저작권 귀속을 강요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면접 과제의 저작권이 회사에 전속된다는 문구와 소정의 대가를 일방적으로 지급한 것 만으로는 구직자의 창작물을 활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며 "구직자의 채용서류나 저작권 등 지식재산을 귀속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자체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2 hours ago
2
![“돈이 진짜 많으면 주식 안 한다?”...진짜 ‘싼 것’ 골라 사는 큰 손들 [경제교육 현장르포]](https://pimg.mk.co.kr/news/cms/202606/28/news-p.v1.20260626.1cb4e6a7ad964daf9b7fc05f3765f859_R.png)


![“약사 7~8년? 하이닉스 1년”...지방 약대 붙어도 반도체학과 간다 [입시 트렌드]](https://pimg.mk.co.kr/news/cms/202606/28/news-p.v1.20260626.ff67ed0f8d9a4f24bd138059dfd53374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