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샌디에이고 타티스 주니어가 몸에 맞은 공으로 쓰러진 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벌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으나 보통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선수가 아닌 양 팀의 감독들이 누구보다 흥분을 했고 그 끝엔 퇴장 조치가 있었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맞붙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 경기 막판 승부 이상으로 구장을 달아오르게 만든 게 있었으니 바로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9회초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잭 리틀이 던진 공에 팔 부위를 맞았다. 무려 시속 93마일(149.7㎞)의 빠른 공이었고 그러자 샌디에이고 벤치에서 곧바로 마이크 쉴트 감독이 뛰어나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맞섰고 결국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벤치 클리어링 장면을 조명했다. 먼저 흥분한 건 쉴트 감독이었으나 로버츠는 쉴트의 가슴 부위를 밀치며 화를 키운 장본인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그가 저에게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쉴트 감독은 "참을 만큼 참았다고 느꼈다. 고의든 아니든 중요한 건 나는 그 상황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내 행동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 이번은 내가 경기에 직접 개입한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에 공을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타티스 주니어가 사구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날 벤치 클리어링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번 시리즈 전체를 돌이켜 봐야 한다. 지난 17일부터 펼쳐진 이번 4연전에선 몸에 맞는 공이 8개나 나왔다. 특히 샌디에이고 타선의 핵심 선수인 타티스 주니어는 홀로 세 차례나 다저스 투수들이 던진 공에 맞았다.
다행스럽게도 타티스 주니어의 손목 엑스레이 검사 결과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쉴트 감독은 "결과가 불확실하다"고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며 "선수의 커리어를 망칠 수 있는 일이다. 이건 진짜 아니다"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의 간판 타자 매니 마차도 또한 "촬영 결과가 이상 없게 나오길 바랄 뿐"이라며 "다저스는 내일 그 결과가 이상 없게 나오길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지기도 했다.
샌디에이고의 흥분이 괜한 것은 아니다. 2023년 4월 이후 타티스 주니어는 총 14차례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는데 그 중 다저스 선수들에게 맞은 게 무려 5번이었다. 타티스 주니어는 리틀의 투구가 고의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로버츠 또한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쉴트 감독도 며칠 전에 의도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누구든 거기에 의도가 없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 또한 타티스 주니어라는 훌륭한 선수가 피해를 받았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9회초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져 양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집결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불과 이틀 전에 양 팀은 보복성 공을 주고 받았다. 당시엔 벤치 클리어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7개의 몸에 맞는 공을 주고 받은 직후 양 팀의 감정은 폭발했다. 앞서 7회초 타티스 주니어에게 공을 맞힌 루 트리비노가 이번엔 브라이스 존슨을 맞히면서 감정이 끓어올랐던 터였다.
벤치 클리어링이 한바탕 벌어진 뒤 양 팀 감독은 퇴장 명령을 받았다. 샌디에이고에선 마무리 로버트 수아레즈가 등판했는데 이번엔 2사 2,3루에서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오른쪽 어깨뼈를 강타하는 시속 100마일(161㎞) 강속구를 던졌다. 수아레즈는 위협적인 공을 던졌다는 이유로 즉각 퇴장 명령을 받았다.
다만 여기서 오타니의 행동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오타니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도 벤치를 향해 나올 것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불필요하게 다시 한 번 달아오를 수 있는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기량 만큼이나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오타니의 남다른 인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로버츠 감독은 "분명히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샌디에이고 벤치에선 수아레즈의 퇴장 명령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마차도는 이틀 전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맞힌 맷 사우어는 퇴장 조치를 당하지 않았다며 말했다. 승부가 어찌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다고도 설명했다.
9회말 강속구에 등을 맞은 오타니가 벤치를 향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급하게 등판한 마쓰이 유키의 공이 원바운드 됐고 포수의 보호장구 사이에 껴서 폭투를 방지하게 됐으나 심판은 이를 두고 다저스 주자들에게 안전 진루권을 부여했다. 3-5로 쫓긴 상황에서 동점 혹은 역전까지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달튼 러싱을 헛스윙 삼진으로 막아내고 3연패를 끊어내고 값진 승리를 챙겼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두 사령탑은 감정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다. 쉴트 감독은 "내가 맡은 팀들은 이런 식의 충돌에 휘말리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 팀이 다른 선수를 겨냥해 공을 던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일에 당하고 있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는다. 타티스를 대신해서라도 그럴 것이다. 이게 올드스쿨 야구라고 부른대도 좋다. 그러면 우리는 올드스쿨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쉴트 감독이 선을 넘은 것인지 묻자 "그건 그들의 결정이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판단할 일"이라고 짧게 받아쳤다.
두 팀은 8월 16일 다시 격돌한다.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라이벌전이 될 전망이다. 쉴트 감독은 "앞으로 두 달 동안 우리는 열심히 할 것"이라며 "그리고 두 달 뒤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오타니의 사구에 흥분하고 있는 로버츠 다저스 감독(오른쪽).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