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사진)이 17일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특수한 헌법적 문제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어서 ‘4심제’로 단정하는 건 조금 모순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처장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에서 “같은 사법 작용이라 할지라도 일반 법원과 헌재의 사법권은 성격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소원은 대법원 판결을 포함한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제도다. 헌재가 법원 판결을 심사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4심제로 작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왔다.
헌재는 기본적으로 재판소원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처장은 “국민 기본권 보장과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게 헌재 의견”이라며 “재판소원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실질화될 뿐 아니라 모든 재판 과정에서 헌법 정신이 투영돼 실질적 법치국가 실현에 더욱 기여한다는 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헌법 이론이고 주류적 견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상환 헌재소장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재판소원 도입이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보다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앞서 1997년 12월 24일 내린 결정에서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이 사법부도 헌법의 일부인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다만 김 소장은 “결국 입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입장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과 국회의 평가, 의지에 달려 있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독일의 재판소원 인용률이 0.01%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하자 손 처장은 “전체 사건 접수 대비로는 그렇지만 본안 판단 회부된 사건을 기준으로 하면 40% 정도 인용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독일에서도 매우 높게 인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재판소원 도입 시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선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재판소원 금지 부분을 삭제하는 것뿐 아니라 더욱 신속한 재판을 위해 사전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재판소원과 관련한 특별한 적법 요건을 추가하는 것을 제안했다”며 “최종적으로 전원재판부 판단을 받는 사건은 독일도 스페인도 100∼200건 사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인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헌재 국감은 이틀 전 있었던 대법원 국감 때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 간 설전은 있었지만, 대법관실 현장검증 등으로 요란했던 대법원 국감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결정과 관련해 헌재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하루는 국회, 하루는 대법원에서 이틀 간 진행된 대법원 국감과 달리 헌재 국감은 이날 하루 약 3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날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이 청구되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이성윤 민주당 의원 질의에 손 처장은 “정당해산 심판은 매우 신중하고 최후적인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 재판부는 정당해산 심판은 매우 신중하고 최후적인 수단으로 활용돼야 함을 강조했다”며 “사건이 들어오면 재판부에서 적절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