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원제 'How Democracies Die')의 공저자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티븐 레비츠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국 유학생 차단 정책을 북한에 빗대 강하게 비판했다.
레비츠키 교수는 29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아르헨티나 언론 라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하버드대에 외국 학생이 없는 상황을) 정말로 상상할 수 없다"면서 "외국인 학생을 받지 않고 문을 닫게 하는 건 북한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에 미국에 없을 수도 있는 학생들과' 매일 대화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대부분 하버드에서 헌신하며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외국인 학생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는 정부 요구에 불충분하게 대응했다며 지난 22일 하버드대에 부여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정부의 정책 집행에 일시 제동이 걸렸지만, 외국 학생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레비츠키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1기 때보다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국가 기관을 동원해 반대파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헝가리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튀르키예 대통령)보다 심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졸업생 9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버드대 졸업식은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저항의 목소리와 외국인 학생과의 연대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가득했다.
학사모에 졸업 가운을 입고 캠퍼스 중앙광장인 하버드 야드의 행사장에 모여든 일부 졸업생들은 가슴이나 모자를 흰 꽃으로 장식해 외국인 학생들을 향한 연대와 지지를 나타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졸업식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올라 "환영합니다"라고 입을 떼자 졸업생들은 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가버 총장은 미 대학들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며 학문의 자유를 대변하는 투사로 떠올랐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가버 총장은 축사에서 "2025년 졸업생 여러분, 근처에서 왔든, 전국 곳곳에서 왔든, 세계 각지에서 왔든, 모두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생각을 바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세계 각지에서 왔든'이란 가버 총장의 말에 다시 오랜 기립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졸업식 특별 연사로는 에티오피아 출신 인도계 이민자로 감염병 분야 의사이면서 '눈물의 아이들' 등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로 유명한 버기즈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나섰다. 그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나 같은 이민자가 능력을 꽃피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위대함, 하버드의 위대함은 나 같은 사람이 여러분 앞에서 연설하도록 초청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설적인 농구 선수이자 사회운동가인 카림 압둘자바는 전날 열린 하버드대 학부생 행사에 참석해 "겁에 질린 억만장자들, 미디어 거물들, 로펌, 정치인들, 다른 대학들이 미국 헌법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행정부에 무릎을 꿇는 상황에서 하버드대가 자유를 위해 일어서는 것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고 학내 매체는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