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코칭 “아이가 달라졌어요”

4 weeks ago 6

서초구, 발달지연아동 조기개입 프로그램
가정 방문해 운동, 인지, 의사소통 가르치고
영유아와 학령기 전 아동 대상 부모 코칭
“발달 골든타임 잡아야 적응력 높아져”

“선생님이 쓱싹쓱싹 손을 씻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해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가정집에서 서초아이발달센터의 특수교사가 유준이(가명)에게 물었다. 거실의 불을 켜고 끄는 것을 반복하면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장난을 치던 유준이가 교사의 말을 듣고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 교사는 유준이에게 “손을 씻는 동안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화장실에서 나오며 “불을 꺼달라”고 부탁했고 유준이가 불을 껐다. 유준이 어머니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기본적인 기다림이나 의사소통이 어려웠는데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 가정 방문해 맞춤형 코칭

서초구는 2021년 전국 최초로 영유아 조기개입 기관인 ‘서초아이발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발달이 느린 영유아의 가정은 직접 방문한다. 운동, 인지, 사회정서, 의사소통, 자조기술 등을 점검하고, 주 양육자에게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준이는 지난해 2월부터 이 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개월이 지나도록 ‘엄마’, ‘아빠’와 같은 기본적인 단어조차 말하지 못해 24개월 무렵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이후 언어치료와 발달교육을 위해 사설 기관을 찾았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한 달에 1000만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았다. 어머니 유모 씨(44)는 “센터에서는 소통이 되는 듯하다가도 집에 오면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다”며 “횡단보도를 기다리지 못해 도로로 뛰어들거나, 양치를 거부해 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초아이발달센터는 유준이의 흥미에 맞춘 개별 전략을 마련했다. 숫자를 좋아하는 유준이에게 “신호가 바뀔 때까지 숫자를 1부터 20까지 세어보자”고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기다림을 익히게 했다. 유 씨는 “기존 치료센터는 대부분 아이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며 “가정방문 코칭은 실제 집 안에서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줘 아이와의 소통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발달지연 영유아 조기개입 프로그램은 만 6세 미만의 영유아와 학령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회당 3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서초구 외 지역 거주자는 회당 4만 원에 화상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최진희 서초아이발달센터장은 “미국, 유럽연합,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발달지연 조기개입을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있다”며 “발달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개입하느냐에 따라 향후 적응력에 큰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서울시, 영유아 발달검사 무료 지원

서울시도 지난해 설립한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를 통해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료 발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1만 명이 넘는 영유아가 검사를 받았다. 지난달부터는 전문 상담사가 어린이집을 찾아가는 ‘찾아가는 발달검사’도 재개했다.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마스크 착용과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언어 및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늘었다”며 “적정 시기에 발달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지원 대상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