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진주의 야경이 체코 프라하보다 예쁘다고 했다. 확실한 것은 진주 사람들에게 심장 같은 존재인 진주성 성곽이 낮보다 밤에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진주의 밤을 비추는 조명은 노랑도 주황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빛이어서 오묘하게 깊은 맛이었다. ‘이래서 진주 사람들이 진주성 야경을 꼭 보라고 했구나.’ 세계적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사사(師事)한 고 김중업 건축가(1922∼1988)가 남긴 경남문화예술회관의 기둥은 전통 건축의 공포(工包)를 형상화해 유독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풍겼다.
● 불탔던 산에 돌을 쌓은 정원
달의 어금니. 월아산(月牙山)은 이름부터 참 곱다. 국사봉과 장군대봉, 어금니 모양을 이루는 두 산봉우리 사이로 달이 떠오른다고 지어진 이름인데 정말로 그 위치로 달이 뜬다. 월아산은 1995년 대형 산불로 산림 30만㏊가 잿더미가 됐던 아픔이 있다. 진주시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정비해 푸른 숲의 제모습을 찾았다. 월아산의 반전은 계속됐다. 2018년 목재문화체험장을 시작으로 2021년 ‘숲속 어린이 도서관’, 2022년에는 자연휴양림과 산림 레포츠 시설을 확충해 ‘월아산 숲속의 진주’라는 복합 산림 휴양 시설을 갖췄다. 공사 중 나온 월아산 돌들을 시민들과 쌓아 산석(山石) 정원을 만든 사연이 감동이다. 월아산은 애추(崖錐) 지형으로 불리는 암석 퇴적 지형으로 돌들이 곳곳에 있어 이용객 이동에 제약이 많고 산림 휴양 시설 조성에도 애를 먹었다. 진주시는 이 돌들을 애써 들어내지 않고 정원 조성에 활용하는 역발상을 했다. 코로나19 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시민들이 공공 일자리를 얻어 돌을 쌓았다. 온기와 정성이 스며든 돌들을 쓰다듬다가 돌 사이에 핀 진주바위솔을 만나니 반가웠다. 진주바위솔은 지리산과 진주 일대 암석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자생식물이다.
● 과거를 기억하며 나아가는 도시
진주는 공원의 도시였다. 정원 향기를 품는 공원들의 도시…. 17년간 생활 쓰레기를 야적하던 곳이 도시 재생을 통해 거듭난 초전공원은 생태연못과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는 생태공원이다. 6월 대한민국 정원 산업박람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지수승산부자마을은 국내 대표 기업 창업주들이 나고 자라면서 교류한 동네다. LG그룹 공동 창업주이자 GS그룹 창업주인 효주 허만정 본가,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생가,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의 둘째 누나 이분시 여사가 살던 집 등이 모여 있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을 걸으니 어린 시절 창업주들이 돌담길 너머에서 뛰어나올 것 같았다.
이 창업주들이 다녔던 지수초등학교는 리모델링을 마치고 2022년부터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운동장에는 이들이 함께 심고 가꿨다는 ‘부자 소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데, 창업가들의 도전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것만으로 ‘마음 부자’가 된 듯했다. 허만정 창업주의 호를 따서 조성한 공원인 효주원에 향기 좋은 은목서 꽃이 필 때 꼭 다시 와서 걷고 싶다. 진주가 이토록 우아한 곳인지 이제야 알았다.
진주의 맛 |
◇하연옥 해물 육수를 쓰는 진주냉면의 성지. 마른 명태 머리와 건새우 등으로 맛을 낸 육수에 메밀면을 담고, 채 썬 육전과 지단 실고추 오이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바다와 육지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월산닭무국 진주 로컬 맛집. 소고기가 귀하던 시절 소고기 대신 늙은 닭과 무를 넣고 푹 끓여낸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하이라이트. 몸속뿐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진주식 영혼의 수프’라고 할 수 있겠다. |
글·사진 진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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