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의 디지털 한류 이야기] '제2의 도약' 필요한 K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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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14 17:18 수정2025.11.14 17:18 지면A25

[진달용의 디지털 한류 이야기] '제2의 도약' 필요한 K컬처

올해는 한류 역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개봉한 ‘오징어 게임 3’가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넷플릭스 새로운 회원으로 가입했다. 여름은 K팝과 K뮤지컬에서도 잊을 수 없는 해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 간 매기 강 감독의 ‘케이팝 데몬 헌스터’(케데헌)가 인기를 얻었다. 미국 소니에서 만들어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케데헌은 K팝과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이 없었다면 사실상 제작이 가능하지 않았다.

韓 매력에 푹 빠졌던 한 해

지난달 30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 두번째)가 경주민속공예촌을 방문해 도예 시연을 보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지난달 30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 두번째)가 경주민속공예촌을 방문해 도예 시연을 보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한국 토종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끈 가운데 뮤지컬 분야 최고 영예인 토니상을 6개나 들어 올렸다. 이달 들어서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에서 페이커(이상혁)를 앞세운 한국 T1팀이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급증하고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큰 수확이었다. 지난달 말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K뷰티에 호감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세계인이 한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

한류는 1990년대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여러 위기 상황을 잘 극복했다. K팝은 “방탄소년단(BTS) 군백기로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여러 아이돌그룹이 인기를 끌며 저변을 확대했다. 한두 가지 산업에 좌우되던 과거와 달리 음악, 드라마, 예능, 영화, 웹툰, 게임, 뮤지컬 등 여러 분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한류 전체를 견인하고 관광, 화장품, 음식 등 연관 산업 성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반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한류가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넷플릭스와 코로나19 여파로 휘청거리기 시작한 영화산업이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한류 최대 산업인 게임에서 특별한 대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 수출은 2022년 이후 줄어들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작 생태계 경고음도

국내 방송업계도 넷플릭스 영향으로 제작 편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제작비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국내 문화산업의 넷플릭스 종속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은 한·중 관계 회복 분위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시작된 한한령 여파가 아직까지 지속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류는 전환점을 돌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따라 한류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데헌에서 잘 나타나듯이 한류 주역이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한류는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활용해 나가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한류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지만 매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나가고 있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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