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핵심원료로 알려진 실록산을 지질나노입자(LNP) 만드는 데 활용하면 메신저 리보핵산(mRNA) 전달력을 6배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공대는 1일(현지시간) 실록산을 활용해 간과 폐, 비장 등 특정한 조직에 잘 도달하는 LNP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공개됐다.
LNP는 mRNA를 세포까지 전달하는 도구다. 전신에 투여해도 특정 조직이나 세포로만 가는 LNP를 개발하면 mRNA 치료제 효율 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LNP의 구조적 특성이 세포 표적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분명치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LNP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이온화지질의 화학 구조에 실록산을 결합해 새 지질나노입자(SiLNP)를 만들었다. 수백개의 다른 입자를 시험해가면서 mRNA 전달력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파악했다. 이렇게 만든 SiLNP가 기존 LNP보다 6배 정도 mRNA를 잘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연구를 위해 반딧불이의 '발광 유전자'인 루시퍼라제를 활용했다. 초기 이들은 이 물질을 만드는 mRNA를 SiLNP에 탑재한 뒤 동물모델의 간암세포에 전달했다. 세포가 발광하면 mRNA가 잘 전달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동물 모델의 폐 세포 쪽에서도 빛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SiLNP가 mRNA를 간 밖으로 이동하도록 돕는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통상 LNP는 간으로 모이는 성질을 가졌다. 이를 간 밖으로 옮길 수 있다면 다른 장기로 가는 '표적 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분석해 SiLNP의 화학 구조를 바꾸면 폐 조직에 mRNA를 전달하는 비율을 9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질구조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간 이외 장기 표적 기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SiLNP에 포함된 실록산의 수와 지질 구조 등이 치료 효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확인했다. 바이러스 감염 탓에 폐 혈관이 망가진 동물모델에 혈관성장 촉진 물질을 담은 SiLNP를 투여했더니 폐 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혈관 내피 세포 재생치료 등에도 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리콘은 탄소보다 원자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결합이 느슨해 세포막을 좀더 잘 통과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mRNA가 원하는 조직에 도달해 표적 세포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 교신저자인 마이클 미첼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LNP 화학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mRNA를 특정 기관에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새로운 임상 응용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