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보 출연금 확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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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도덕적 해이' 경고
작년 지역신보 대위변제 2.4조
2021년 대비 5배 넘게 급증
손실률 등 관리·감독 기준 없어
은행 출연금으로 무분별 보증
"중앙회 사실상 자본 잠식 빠져"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에 은행의 출연금을 확대하는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신보의 무분별한 보증 확대를 방치하는 제도적 미비로 지역신보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취약계층 지원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증서 발급을 위한 재원을 확대하기 이전에 지역신보가 엄격한 기준을 갖고 ‘될성부른’ 자영업자에게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역신보의 일반보증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2조399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위변제액은 보증기관이 발급해준 보증서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해 보증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대출액을 의미한다.

17개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원, 2022년 5076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3년 1조7126억원으로 급증했고, 작년엔 전년 대비 6871억원(40.1%) 더 늘었다.

이처럼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이 빠른 속도로 불어난 것은 지역신보의 무분별한 보증을 막을 유인책이 없는 제도적 미비 때문이라는 게 한국금융연구원의 지적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역신보는 보증의 부실률이나 손실률과 상관없이 보증 규모가 클수록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더 많은 출연금과 재보증을 제공받는다”며 “신용보증중앙회가 지역신보의 운영을 관리·감독할 수단과 기제가 없는 상황에서 기계적 산식에 따라 출연금을 제공하고 있다 보니 중앙회의 자본금은 사실상 완전잠식 상태”라고 꼬집었다.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이 최근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역신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신용보증기금은 2019년 대비 지난해 대위변제액 증가율이 55.5%에 그친 반면 지역신보는 91.2%로 악화 속도가 더욱 가팔랐다.

문제는 지역신보가 건전성을 관리할 유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가 보증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 은행의 출연금 부담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작년 6월부터 지역신보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대한 은행의 법정 출연요율을 0.04%에서 0.07%로 올렸다.

법정 출연은 은행의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 성격을 가진 일부 대출의 일정 비율을 보증기관에 출연하도록 하는 제도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법정 출연요율을 인상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법정 출연요율 인상으로도 부족해 최근 은행들은 보증재단에 수억원씩 특별출연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대외적으로는 특별출연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으로 치장되지만, 실상은 지역신보와 중앙회의 완전 자본잠식으로 인한 공멸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는 돈”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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