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호텔 양극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호텔은 객실료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만실’ 행진을 이어가는데, 지방 호텔은 가격이 하락하고 빈 객실이 늘고 있다. 호텔 수요가 서울에 몰리고 있으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 때문이다. 국내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서울 내 호텔 공급을 확대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은 만실…지방은 절반 비어
1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에 있는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의 객실당 하루 평균 판매단가(ADR)가 처음 20만원을 찍었다. 이 호텔 객실료는 2023년 처음 15만원을 넘겼고, 작년엔 17만원 선까지 뛰었다. 객실점유율(OCC)도 최근 80%에 육박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객실이 17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호텔 복합단지다. 2017년 설립 초기 엄청난 규모로 화제가 됐지만, 기대는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계속 터져 대규모 객실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황이 확 바뀐 지금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서울 시내 대표 호텔로 자리 잡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도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점유율이 작년 1분기 66.9%에서 올 1분기 80.7%로 치솟았다. 파크 하얏트, 포시즌스 등 최고급 럭셔리 호텔은 비수기인 1분기에도 객실료가 50만~60만원을 넘겼다.
지방 호텔은 딴판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간판 호텔’이 객실료를 계속 내리고 있지만, 점유율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의 터줏대감 격인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1분기 점유율은 67%로, 작년 1분기 72%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객실료는 29만5000원으로, 작년 2분기 이후 처음 30만원 아래로 하락했다.
신라호텔도 지난 1분기 서울의 점유율은 73%에 달했지만, 제주는 58%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강원권 호텔·리조트는 객실료가 4성급이 이달 평일 기준 대부분 10만원대이고, 2~3성급은 3만~5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서울과 지방 호텔 간 ‘온도 차’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올 들어 4월까지 557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었다. 이 추세라면 2019년 기록한 최대 관광객 1636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방한 관광객의 80% 이상이 서울에 몰리고, 이들을 수용할 호텔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울시에 등록한 관광호텔 객실은 6만708개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6만939개)보다 오히려 소폭 줄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느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않으니 객실료가 치솟고 객실 점유율도 크게 뛴 것이다.
신규 호텔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높아진 사업비 탓이다. 5성급 호텔 평균 건축비는 3.3㎡당 1500만원을 웃돈다. 1000만원 안팎에 불과하던 2019년 대비 50%가량 뛰었다. 최근 서울 장충동에 럭셔리 호텔을 짓겠다고 밝힌 파라다이스호텔은 건축비로만 3899억원을 책정했다. 3.3㎡당 1800만원을 넘는다. 어렵게 호텔을 짓는다고 해도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때 중소 호텔이 줄폐업하면서 호텔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 내 호텔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호텔 인허가 절차 간소화, 금융 지원, 용적률 완화 등의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수요가 확실한 시장임에도 공급이 막혀 객실료가 치솟는 기형적 구조”라며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