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일시 해제의 영향으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5조원대로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5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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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
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주담대 증가폭↑…향후 흐름도 경계
1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5년 5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5조 2000억원 늘어났다. 주담대가 4조 2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원 각각 늘었다.
가계대출은 2월 토허제 일시 해제로 주택 거래가 늘자 시차를 두고 4월부터 증가폭을 키웠다. 올해 들어 전월대비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보면 △1월 -5000억원 △2월 3조 2000억원 △3월 1조 6000억원 △4월 4조 7000억원 △5월 5조 2000억원이다. 주담대는 △1월 1조 7000억원 △2월 3조 4000억원 △3월 2조 5000억원 △4월 3조 7000억원 △5월 4조 2000억원 늘면서 지난달에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담대와 가계대출 흐름은 주택 거래와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동행하는 흐름을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는 작년 12월(2만 7000호)과 올해 1월(2만 6000호)에는 2만호 수준이었으나, 토허제가 일시 해제됐던 2월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급증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는 △3월 3만9000호 △4월 5만호 △5월 4만 1000호를 각각 기록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 대출은 전월에 비해 5000억원 늘면서 4월(6000억원)과 비슷한 증가폭을 기록했으며, 기타대출은 가정의 달 관련 지출 계절적 수요 등으로 1조원 늘었다.
한은측은 5월 가계대출 증가폭의 규모가 작지 않지만 토허제 이슈로 지난 2~3월 주택 거래가 크게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했던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향후 가계대출 전망과 관련해선 “주택 시장 상황이 기조적인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3월 하순 이후 과열 양상이 조금 진정됐다가 5월 들어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고 거래량도 충분히 줄지 않고 있어 당분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둔화에 대응해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렇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부추기거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대출, 대기업 운전자금 중심으로 늘어
기업대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8조원 증가했다. 대기업대출은 주요 은행들의 영업 강화와 일부 대기업의 일시 운전자금 조달 수요 등으로 전월에 비해 5조 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는 분기보고서 제출 등의 계절적 영향으로 4000억원 순상환 전환했다.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는 2000억원 순상환 전환했으며, 일부 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식 발행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은행권 수신은 수시입출식예금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상당폭 증가했다. 4월 25조 9000억원 감소에서 5월 20조 2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대출 증가에 따른 일부 은행들의 예수금 조달 확대와 지방자치단체 자금 일시 예치 등으로 정기예금이 19조 2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25조 2000억원 늘며 전월(38조 4000억원)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8조 1000억원 늘었다.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는 각각 10조 2000억원, 4조5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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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