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윤희, 리안갤러리 개인전
물감 던지고 흘린 회화 작업도
가녀린 체구의 76세 작가는 여전히 1200도 가까운 쇳물을 붓고 던지고 흘려보낸다. 쇳물은 공기와 중력, 온도와 속도 속에서 순식간에 굳으며 예측할 수 없는 형상을 만든다. 윤희 작가는 그 흐름을 억지로 통제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즉흥 연주자가 무대에 서는 상태와 닮았다"고 설명한다.
리안갤러리가 서울 종로구 전시 공간에서 윤희 개인전 'Improvisation'을 열고 조각과 회화 신작을 선보인다. 1980년 프랑스로 이주한 작가는 남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조각과 드로잉, 회화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작업 중심에는 물질과 행위, 우연과 필연이 만나는 순간이 놓여 있다.
대표 조각 'Improvisation'은 원뿔 형태 안에서 알루미늄이 녹아 흐르고 굳는 순간을 포착한 작업이다. 작가는 원뿔 형태 구조물 안에 쇳물을 붓고 던진다. 금속은 순식간에 녹아 흐르다가 굳으며 예측할 수 없는 형상을 만든다. 작가는 그렇게 생성된 조각 파편들을 선택해 접합한다. 그는 "틀은 의도적으로 만들지만, 이후 일어나는 일은 거의 모두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작품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조각 '크루제(Creuse)'다. 프랑스어로 '움푹 들어간'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세찬 비가 바닥에 떨어지며 튀어 오르는 순간을 표현했다. 알루미늄이 떨어지며 바닥을 오목하게 파내기도 하고, 튀어 오른 알루미늄은 진주처럼 맺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견고한 금속에 생동하는 움직임과 리듬을 부여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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