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역사적인 제도적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소수주주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마침내 시장의 제도적 신뢰로 증명된 셈이다. 이러한 선진화 흐름의 정점에서 오는 7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원칙 금지’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관행이던 ‘쪼개기 상장’, ‘원칙 금지’로의 대전환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알짜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켜 모회사 주주들에게 허탈감을 안기는 ‘쪼개기 상장’을 흔한 금융 테크닉으로 여겨왔다. 일반 주주들에게는 지분 가치 희석과 가치 유출을 유발하는 구조적 결함이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중복상장 금지 논의는 초기 물적분할 신설회사 중심에서 올해 3월 간담회를 거치며 인수·신설 자회사, 해외 상장까지 포괄해 통제하는 구조로 강력하게 진화했다.
특히 핵심 관문인 ‘모회사 주주 동의’ 방식을 두고 시장은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학계와 소액주주들은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는 소수주주 다수결(MoM)을 요구했으나, 상법적 근거 없이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법적 난관과 주총 무산 가능성이라는 실무적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법적 선례가 있는 ‘3% 룰 적용 일반결의’가 유력한 타협안으로 부상하며 제도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주 투표 형식 너머, 입증 책임 떠안은 이사회
그러나 본질은 주주 투표의 형식에 있지 않다. 진짜 핵심은 자회사를 상장시키려 할 때 모회사 이사회가 짊어져야 할 ‘법적 책임과 컴플라이언스의 고도화’에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가치 제고까지 확대된 지금, 이사들의 선관주의 의무는 그만큼 무거워졌다.
앞으로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와 일반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공시해야 하며, 가치 저하가 우려된다면 구체적인 보호방안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다”는 모호한 핑계 뒤에 숨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물론 중복상장 문턱이 높아지면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이나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Exit) 경로가 막혀 기업 활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자본시장 선진화가 기업을 옥죄는 덫이 되지 않으려면, 거래소의 세부 규정은 상장 목적과 유형에 따라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어제까지 관행으로 용인되던 방식이 오늘은 경영진의 법적 리스크로 돌아오는 시대다. 시장의 신뢰는 투명한 공시와 체계적인 준법경영 문화에서 나온다. 우리 기업들이 이번 변화를 주주와 상생하고 이사회가 진정한 책임 경영의 주체로 거듭나는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바른 컴플라이언스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2그룹 변호사들이 기업경영에 필요한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주제별로 선별해 연재합니다. 최재웅 변호사는 인수합병(M&A) 분야 스페셜리스트로 2025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의 최연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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