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중국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과 기술 경쟁에 나선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며 자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데다 올 1분기 테크 기업의 호실적까지 맞물린 결과다. 증권가에선 과학기술주 전용 거래 시장으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창판(커촹판)에 상장된 기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어 중국 ETF 수익률 고공행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 ETF 한 달 수익률 최대 45% 돌파
26일 코스콤 ETF 데이터 플랫폼인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중국 반도체 관련 ETF들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이 36%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의 지난 1개월간 수익률이 45.6%로 가장 높았고,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AI반도체TOP10이 42.8%를 기록해 두 번째로 고공행진했다. 뒤이어 KB자산운용의 RISE 차이나AI반도체TOP4Plus가 38.7%의 수익률을, 삼성자산운용이 과창판 시장의 50개 종목으로 구성한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과 KODEX 차이나AI테크액티브가 각각 29.7%, 25.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중국 반도체 기업 ETF가 높은 수익률을 보인 배경으로는 과창판에 반도체 관련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모회사인 창장스토리지테크놀로지홀딩스는 최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IPO 주관 절차 개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2016년 설립된 YMTC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스마트폰, PC,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등에 사용되는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특히 설계만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과 달리 칩 설계부터 웨이퍼 제조, 패키징, 테스트까지 모두 수행하는 통합반도체기업(IDM) 구조를 갖췄다.
시장에서는 YMTC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반 아키텍처 '엑스태킹(Xtacking)' 기술을 꼽는다. 이 기술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부분과 이를 제어하는 회로를 각각 따로 제작한 뒤 하나로 붙이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반도체를 한 번에 제조하는 대신 역할별로 나눠 만든 뒤 조립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를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는 초기 초당 800MT 수준에서 최신 엑스태킹 4.0 기준 3600MT로 크게 빨라졌고, 저장 용량도 512GB에서 최대 2TB 수준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270단 적층 기술까지 확보해 더 많은 데이터를 작은 칩 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YMTC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XMT, 과창판 상장 초읽기
CXMT도 주목해야 한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27일 상장심사위원회 심의회의를 열고 CXMT의 과창판 신규 상장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 지원 아래 급성장한 CXMT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선두권과 격차가 있지만 공급 부족 국면을 틈타 추격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IPO로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는 CXMT는 차세대 공정 투자에 고삐를 죄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허페이와 베이징에서 운영 중인 3개 공장의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94%를 웃돌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CXMT는 조달 자금 상당 부분을 생산라인 고도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개발(R&D)에 투입해 화웨이 등 중국 AI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CXMT가 이미 지난해 말 HBM3 제품 샘플 공급에도 착수한 만큼 이르면 연내 본격적인 HBM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어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고, 중국 반도체 기업의 고성장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단기 주가 급등으로 변동성 확대 부담은 있지만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투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며 중국 반도체 ETF에 집중적으로 담긴 캠브리콘의 올 1분기 실적도 매출 28억8500만위안(약 6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56%나 폭증했다"며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사이 중국 반도체 기업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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