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노아의 방주’에 풀 종자 6만점 “식량안보 위한 빅데이터”

1 day ago 6

네이멍구 멍차오 종자센터 가보니
中 종자자립-사막화 방지 전초기지
토양 샘플 165만점 함께 보관
지역특성에 맞는 종자 배합 연구
현대차와 협업 300만㎡ 초원 복원

14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 멍차오 종자센터에 중국 전역에서 자라는 식물 표본과 종자들이 진열돼 있다. 이곳은 현재 6만5000여 점의 종자, 식물표본 17만 점, 토양 샘플 165만 점을 보관 중이다. 후허하오터=김철중 tnf@donga.com

14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 멍차오 종자센터에 중국 전역에서 자라는 식물 표본과 종자들이 진열돼 있다. 이곳은 현재 6만5000여 점의 종자, 식물표본 17만 점, 토양 샘플 165만 점을 보관 중이다. 후허하오터=김철중 tnf@donga.com
“20여 년 간 축적한 종자(씨앗)와 토양 샘플은 ‘종자 자립’의 빅데이터다.”

14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허하오터시 멍차오생태환경(蒙草生态·이하 멍차오) 종자센터. 영하 4도의 ‘스마트 저장고’에 들어서니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진열대 위 밀봉된 회색 봉투엔 10여 자리로 된 종자번호, 채집일, 채집 장소가 적힌 라벨이 붙어 있다. 왕이밍(王怡銘) 해설사는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는 곳으로 10~20년간 종자를 썩지 않게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자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식량 안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 등이 ‘반도체와 AI 굴기’를 상징한다면, 멍차오는 중국 ‘종자 자립’을 대표하는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멍차오 종자센터의 ‘스마트 중기 저장소’는 영하 4도를 유지하도록 고안됐다.  이곳에  밀봉된 채 보관 중인 종자들은 10~20년까지  썩지 않고 보존된다. 후허하오터=김철중 tnf@donga.com

멍차오 종자센터의 ‘스마트 중기 저장소’는 영하 4도를 유지하도록 고안됐다. 이곳에 밀봉된 채 보관 중인 종자들은 10~20년까지 썩지 않고 보존된다. 후허하오터=김철중 tnf@donga.com
미중 무역갈등 속 식량 안보 중요성 커져

중국은 전체 인구가 약 14억 명에 이르는 만큼 과거부터 자국민의 식량 안보 문제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과 영토의 사막화 등이 이어진 영향도 크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이란 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식량 안보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무역전쟁을 겪은 2018년에도 중국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당시 중국은 사료용 식물인 미국산 알팔파(자주개자리)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중국의 알팔파 자급률은 64%에 불과했고, 수입의 93% 이상이 미국산이었다. 이로 인해, 관세 부과 후 중국 내 알팔파 가격이 급등했고, 농업계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례는 중국 당국이 종자 자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로 꼽힌다.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중국 종자를 손에 확실히 쥐어야 우리의 밥그릇을 안정시킬수 있다”고 말하는 등 종자 자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종자는 농업의 칩”이라고 표현해 왔다. 특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4년 10월 중국의 사료작물 종자 자급률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세계적인 기후 재난에 대비해 종자를 보관하는 곳으로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와 미국의 ‘국가식물유전자원시스템(NPGS)’ 등이 유명하다. 중국 멍차오의 종자센터는 풀에 특화된 시설로 현재 6만5000여 점의 종자, 식물표본 17만 점, 토양 샘플 165만 점을 보관 중이다.

종자 규모는 유럽이나 미국 시설에 비해 작지만, 토양 분석 데이터를 함께 축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토양 표본실엔 중국 전역에서 채취한 흙들이 담긴 갈색병이 줄지어 진열돼 있다. 병마다 채집한 위도, 경도, 해발고도는 물론 ‘밤색 석회질’ 등 토양 유형까지 적혀 있다. 이런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멍차오는 0.5km² 단위로 토양·기후·식생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로 종자를 배합할 수 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전했다.

14일 네이멍자치구 우란차뿌시의 ‘현대 공익 초원’에서 노재헌 주중한국대사(왼쪽  앞줄 2번째)와 이혁준 현대차 중국 총재(왼쪽 앞줄 3번째)가 비료를 뿌리고 있다. 이곳은 멍차오 종자센터와 현대차가 협업해 복원한 초원이다.  후허하오터=김철중 tnf@donga.com

14일 네이멍자치구 우란차뿌시의 ‘현대 공익 초원’에서 노재헌 주중한국대사(왼쪽 앞줄 2번째)와 이혁준 현대차 중국 총재(왼쪽 앞줄 3번째)가 비료를 뿌리고 있다. 이곳은 멍차오 종자센터와 현대차가 협업해 복원한 초원이다. 후허하오터=김철중 tnf@donga.com
지방정부, 기업들과 손잡고 초원 복원 나서

2001년 설립된 멍차오는 2009년 종자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2018년부터 중국 정부의 종자 자원 체계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멍차오가 개량한 품종들은 ‘삼북(三北·서북·화북·동북지역) 방호림 공정’에 쓰이고 있다. 삼북 공정은 중국 정부가 2050년까지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는 상황. 멍차오와 현대자동차가 협업해 조성 중인 ‘현대 공익 초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종자센터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데, 해발 2000m 높이에 300만 ㎡ 면적의 땅을 초원으로 바꿨다.

초원에는 다년생 목초인 개밀아재비가 성인 무릎 높이까지 자라 있었고 제비고깔, 패랭이꽃 등 현지 야생화도 피어 있었다. 멍차오 자회사 소속의 원류쥔(溫劉君) 기술총감은 “많은 사람이 초원을 소나 양, 풀이 있는 공간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가장 큰 천연 종자 저장고”라며 초원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허하오터=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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