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양자 협상 체제로 전환
엔비디아, 글로벌 전략 불확실성 커져
14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포괄적 수출 제한보다 각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AI 칩 수출을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별 조건을 달리해 개별 협정을 체결하겠단 뜻이다.
양자 협상의 일환으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 휴메인에 최신 AI 칩인 ‘블랙월’ 1만8000개 이상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하는 도중 발표됐다.
칩 판매 발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AI 확산 규정’을 없애 수출 규제를 전면 개편한다고 했다. ‘AI 확산 규정’은 미국의 AI 소프트웨어 및 칩 기술이 국외로 확산하는 걸 통제하려는 조치로, 중국 등 고위험국가에 대한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포괄적 수출 규제는 폐지됐지만,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 전 세계 어디서든 중국 화웨이의 어센드 AI 칩을 사용하면 미국 수출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또 앞서 고급 반도체 AI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그대로 유지했다.
◆AI 칩 수출 국가별 협상으로…“엔비디아, 글로벌 전략 불확실성 커져”
일각에선 국가별 협상을 중심으로 규제가 전환되면, 엔비디아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CNBC는 “엔비디아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핵심 기술 공급자이자, 향후 무역 협상의 핵심 ‘협상 카드’로 작용하는 민감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엔비디아가 국가마다 다른 규정에 맞춰 거래해야 한다면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략적 설계를 통해 AI 칩을 만들어 왔다. 중국에 고사양 AI 칩 수출이 막히자 저사양 전용 칩을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NBC는 “이제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세계 어디에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느냐’를 더 궁금해할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 CEO는 미국의 과도한 수출 통제를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는 “만약 이 생태계를 경쟁자에게 넘겨주면, 다시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미 의원들을 대상으로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비공식적 로비 활동도 진행 중이다. 젠슨 황은 지난달 플로리다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비공식 저녁 모임에 참석해 엔비디아가 세계 시장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무역 정책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젠슨 황은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시장은 향후 2~3년 내 500억 달러(약 69조원)에 이를 것이고, 이 시장을 놓치면 “엄청난 손실”이라며 “중국에 제품을 팔 수 있게 된다면 수익도 얻고 세금 혜택도 받아 미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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