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주둥이에 올리고…보내지 못한 어미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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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끼를 얹고 이동하는 어미 돌고래. 뉴스1

죽은 새끼를 얹고 이동하는 어미 돌고래. 뉴스1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 두 마리가 죽은 새끼를 각각 주둥이에 얹은 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폐호흡을 하는 돌고래의 특성상 계속해서 새끼를 밀어올리며 헤엄치는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8일 오후 3시 20분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 사이 해상에서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가 죽은 새끼 한 마리씩을 주둥이에 얹고 유영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무리와 함께 유영하던 어미 돌고래들은 새끼를 주둥이에 얹어 수면 위로 들어 올렸다. 새끼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다시 밀어올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하지만 새끼 개체들은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한 번 미끄러지면 배가 드러나고 몸이 처진 상태로 축 늘어졌다.

● 폐사 원인은 불명…“어미가 계속 데리고 다녀 확인 어렵다”

전문가들은 부패 상태로 볼 때 새끼 돌고래가 폐사한 지 4~5일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뒤이어 확인된 다른 새끼는 부패가 막 시작된 상태였다.

현장에선 해양쓰레기나 낚싯줄, 폐어구 등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진 정확한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새끼 돌고래의 폐사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선박, 소음, 조산에 의한 사망 등이 있다.

오 감독은 “새끼 돌고래의 경우는 어미가 계속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인양 자체가 힘들다”이라며 “외상 여부나 질병 등을 확인할 기회가 없어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바다는 멈추지 않는다…곁에 두려면 같이 헤엄쳐야”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새끼를 밀어올리며 유영하는 모습. 다큐제주 갈무리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새끼를 밀어올리며 유영하는 모습. 다큐제주 갈무리
오 감독은 “처음에는 새끼를 살리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돌고래는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숨을 쉬게 하려 수면 위로 들어올리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돌고래가 폐사하면 곧바로 부패가 시작된다. 부패가 심해질 수록 몸은 점점 미끄러진다. 결국 주둥이로 밀어올릴 수 없을 만큼 미끄러지면, 어미 돌고래는 새끼를 놓아줘야 한다. 이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약 15~30일이다.

오 감독은 “1시간 정도 하다 보면 새끼의 죽음을 인지했을 것이다. 이후부터는 일종의 ‘장례’와 같은 것”이라며 “육지의 생물은 죽으면 곁에 있어줄 수 있지만, 바다는 놓는 순간 새끼가 가라앉는다. 자기 곁에 두려면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큐제주 모니터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 15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항 방파제 앞 해상과 3월 13일 대정읍 일과리 앞바다에 이어 이번 김녕 해역까지 남방큰돌고래 새끼 4마리의 폐사가 확인됐다. 연도별로는 2023년 3건, 2024년 9건, 2025년 5건의 폐사 사례가 있었다.

제주 연안에는 남방큰돌고래 12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종은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준위협종으로 분류됐다. 다큐제주와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는 남방큰돌고래 개체와 폐사 원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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