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주식 시장에서 변하지 않는 투자 철학이 있다면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라”는 말이다. 시장 심리가 ‘불안’에 접어드는 시점에 투자하고, 심리가 ‘극도’에 달하기 전에 투자를 회수하라는 의미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런 심리적 변화를 계량화한 ‘VIX(변동성 지수)’를 활용한다. 높은 VIX는 시장 공포 심리와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이 지수를 부동산 시장에 적용하면 어떨까. 전통적으로 부동산은 주식보다 완만한 가격 변화를 보이지만 최근 들어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2004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지역별 ‘단순 변동성 지수’를 산출해 보니 예상 밖의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전국 평균은 2.08포인트였다. 이보다 높으면 변동성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의 변동성 지수는 2.7포인트로, 예상대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변동성은 평균 이상이었다. 가장 높은 변동성은 노원구(4.37포인트)와 강동구(4.06포인트)에서 나타났다. 반면 중구와 종로·동대문·서대문·은평구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 변화를 보였다. 노원구의 높은 변동성에는 2008~2009년 가격 급등과 2023년 큰 폭의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에선 과천이 6.72포인트로 압도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 평균(3.33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과천은 인구 규모가 크지 않고 재건축 단지가 많아 변동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안산(4.52포인트)과 수원(4.15포인트)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지방에서는 세종이 5.06포인트로 가장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책적 요인이 장기간 작용한 결과다. 지방 광역시(2.03포인트)와 기타 지방(1.68포인트)에 비해 세종시의 변동성은 두 배 이상 높았다. 경남 거제(3.90포인트)와 창원(3.70포인트), 전북 군산(3.35포인트)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이들 도시는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 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목할 곳은 변동성이 낮은 지역이다. 진주(1.95포인트), 전주(1.96포인트), 청주(1.98포인트) 등은 모두 2포인트 미만의 안정적 변동성을 보였다. 투기 수요보다는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지자체의 인허가 관리가 엄격하거나 분양가 통제가 잘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전주는 아파트 공급 물량을 철저하게 조절하고, 구도심 재건축과 신도시 개발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청주는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는 지방 주요 도시 중 하나로, 분양가를 강력하게 통제한다. 두 도시 모두 주택 공급을 적절하게 조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변동성 분석 결과는 부동산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건전한 부동산 시장은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이 낮다.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시장은 실수요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부동산 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투기 요소를 제한하면서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균형 잡힌 정책이 요구된다. 가격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 시장은 국민 주거 안정과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