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원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데…" 술자리 한마디에 명예훼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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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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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대화 상대방을 통한 내용의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동료 부대원과의 술자리에서 상관의 불륜에 대해 언급한 군인의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3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상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월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같은 부대 부사관들과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 B씨에 대해 불륜을 암시하며 “주임원사와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고 발언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부대원들 사이에서는 피해자들이 동료 관계를 넘어 이성적으로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취지의 소문이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사건의 쟁점은 사적 술자리가 공연성을 띠는지 여부였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고, 적시 내용이 공연성을 띠어야 한다. 공연성이란 특정 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말한다. 발언이 반드시 공개적인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 전해졌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그 내용이 제3자에게 전달될 가능성을 포함해 판단된다.

A씨 측은 “해당 발언은 피고인을 포함한 세 사람만이 있는 사적 술자리에서 이뤄졌으며,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발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도 이를 용인한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과 술자리를 함께한 부사관과의 관계가 이 사건처럼 민감한 발언의 비밀을 지켜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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