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의대 유급 처리 본격화…“내년 세 학년 동시 수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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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이번 주부터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의대에서 본과 고학년 유급 처리 절차가 시작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대생은 투쟁을 지속하겠다며 수업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의 대화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는 복귀율이 충분하지 않으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정원 동결이 어렵다고 보고 있어 이번 주가 의정 갈등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에서는 ‘대화파’가 복귀하자는 주장을 밀어붙일 명분이 없고, 예과와 본과 6년에 이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기간까지 10년 이상 관계가 이어지는 폐쇄적 구조로 인한 위계질서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의대생 수업 거부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부터 주요 의대 유급 처리 본격화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주요 의대가 수업 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본과 3,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유급 처리 절차에 나선다. 연세대는 7일 본과 4학년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고, 15일 유급 처리 대상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 고려대는 본과 3, 4학년 110여 명에 대한 유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14일 회의 후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낸다. 인하대, 전북대, 전남대는 이번 주부터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유급 처리할지 검토한다.

대학들이 집단 제적을 경고하면서 전국 40개 의대 학생 대부분이 등록금 납부와 복학 신청을 마쳤지만, 수업 거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방대 총장은 “온라인 수업에 접속만 했다가 바로 나가는 학생들도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학년만 올릴 수 없는데, 내년에는 세 학년(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모집인원을 변경할 시간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교육부는 늦어도 이번 주에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결정해서 발표해야 한다. 의대생이 충분히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집인원을 동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모집정원 발표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 복귀가 모집인원을 동결하기 위한 조건이지, 모집인원 동결이 의대생 복귀를 위한 조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화 주장하고 싶어도 명분 없어”집단 제적 위기에 의대생이 일단 복학을 신청하기는 했으나 이들 대다수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의대협은 지난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 백지화를 포함한 ‘8대 요구안’을 내놓은 이후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지 않다.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내부에서는 최근 수업 거부 등 투쟁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 거부로 인해 집단 제적이나 유급 위기에 놓였을 뿐 실질적으로 의대생이 얻은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관계자는 “기존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정당성과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화파’는 명분이 없어 힘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의대생부터 전공의로 이어지는 강한 선후배 문화 때문에 의대생이 바로 위 선배인 전공의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 수련병원을 사직한 이후 취업하거나 군에 입대하는 등 대다수가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협 부회장)은 의대생의 복학이 이어지던 지난달 자신의 SNS에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모집인원 동결을 위한 다른 조건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협은 8일 정부와 국회에 대화를 요청하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3058명 확정,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중단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협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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