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배터리 화재
96개 시스템 집중된 전산실
당초 계획보다 복구 지연돼
국민신문고 등 여전히 먹통
행정망 공백 악용 범죄 우려
李대통령 "전부처 점검"지시
정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전산 차질을 악용한 스미싱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30일 금융당국은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금융회사는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로 금융 앱 설치파일을 제공하거나 임시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입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의심 문자는 절대 클릭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에도 '카카오톡 설치파일'로 위장한 악성 앱 유포와 가짜 로그인 페이지 접속 요구 사례가 잇따른 바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신규 스미싱 시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피해 사례가 늘어날 경우 소비자경보 단계를 격상할 계획이다.
한편 국정자원 화재로 멈췄던 정부 전산 시스템 복구는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 기준 전체 647개 시스템 중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서비스' '취약노인 지원 시스템' 등 87개가 정상화됐다. 다만 직접 화재 피해를 입은 7-1 전산실에 96개 시스템이 집중돼 복구는 당초 계획보다 더딘 상황이다. 이 가운데 '통합보훈' '국민신문고' '국가법령정보센터' '안전디딤돌' 등 대민 서비스는 여전히 중단돼 있으며 정부는 오프라인 접수나 대체 사이트 안내를 통해 민원을 처리 중이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화재 영향이 적은 2~4층에 위치한 시스템들은 재가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5층 전산실도 분진 제거 후 재가동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직접 피해를 입은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에 대해서는 대구센터 이전과 민간 기업 협력을 통해 정상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복구 과정에서 '중요도 1등급' 시스템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다수 기관과 연계된 일부 시스템은 검증 절차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복구 지연에 따른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납부 기한 등을 연장하고 대체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 세금 납부 등은 기한 연장을 통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며 "실질적 금전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논의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 행안부는 장애 시스템 목록과 대체 수단을 공개하며 기관과 국민의 불편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초 예상된 '4주 내 복구'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보 연계가 많은 일부 시스템은 복구가 지연될 수 있고, 직접 피해를 입은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대구센터로 이전·재구축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국민 불편이 이어지는 만큼 조속한 시스템 정상화와 혼란 최소화에 힘써달라"며 "특히 행정망 공백을 악용한 해킹이나 피싱 등 범죄가 우려되므로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전 부처 전산 행정 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번주 중 실시하고, 문제 여부와 보강 방안을 다음주 국무회의까지 보고할 것을 각 부처 장관들에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점이 없으면 없다고, 있으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담아 보고하라"며 "이를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직접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