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은 매력적인 장르다. 몇 년 전 출간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회고록 <슈독>은 찬사를 받았다. 가진 것이라곤 무모한 열정과 끈기밖에 없던 청년이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이야기를 솔직하면서도 위트있게, 또 생생하게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회고록 출간이 늘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은 드물다. 자기 자랑, 폭로성 회고,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 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을 쓰다>는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베스 케파트는 미국 작가이며,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 자기 과시, 부당함, 불운, 절망, 화를 지나 자비로 나아가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고록 작가는 행동을, 선택을, 기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회고록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하고, 글의 예술성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한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 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경기에 이를 수 없다. 회고록 쓰기도 다른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기초부터 쌓아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책은 작은 것부터 써볼 것을 권한다. 일상의 한 부분을 짧은 메모로 남기는 것, 일기를 쓰는 것, 블로그를 하는 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들떴던 감정은 가라앉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회고록은 사실을 쓰는 글이 아니다. 진실을 쓰는 글이다. 진실은 관점에 따라 변하고 시간에 따라 변색한다. 그것을 다루는 언어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글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은 연민과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져야 한다.
글쓰기도 결국은 기술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잘 쓰는 법을 책으로 배운다고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을 아는 건 연습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책은 회고록을 잘 쓰기 위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