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음성과 동영상 등이 포함된 멀티메시지 이용을 금지한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제28조 제2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위헌으로 판정된 법 조항을 즉각적으로 무효화하지 않는 결정을 의미한다.
2019년 농업협동조합 조합장에 당선된 A씨는 자신의 얼굴과 약력, 기호 등이 새겨진 선거공보 화상을 문자메시지에 첨부해 조합원들에게 전송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위탁선거법에 따라 문자 외에 음성, 화상, 동영상 등을 문자메시지에 포함해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조항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조합장선거의 선거운동기간은 13일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데 길지 않은 상황”이라며 “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전달할 수 있는 멀티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농협 및 수협 단체의 기관 구성에 관한 결사의 자유와 조합장선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멀티메시지의 발송 비용은 일반 문자보다 비싸다.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서 오는 불공평한 선거운동을 방지하고자 해당 조항이 마련됐다. 헌재는 이에 대해 “전송횟수의 제한 등 이런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덜 침해적인 대안이 존재한다”며 “참고로 공직선거법은 멀티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 자동 동보통신 방법의 문자메시지 발송 횟수를 최대 8회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다만 “이 조항들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멀티메시지를 이용한 조합장선거의 선거운동을 전혀 규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오는 12월31일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정정미, 조한창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조합장선거는 선거인들이 비교적 소수라는 특성 때문에 선거를 자칫 과열·혼탁으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며 “음성·화상·동영상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이미 다른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제한 없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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