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24년 공연계는 스타들이 빛냈다. 대중문화 스타들이 무대로 넘어오는가 하면, 장르를 불문하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해 관객은 열광했다. 스타들의 활약으로 공연시장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한편에선 특정 공연만 잘 되는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정민 2년 만에 무대 ‘맥베스’ 매진 행렬
2024년 공연계는 스타들이 빛냈다. 사진은 ‘햄릿’으로 첫 연극에 도전한 배우 조승우. (사진=예술의전당) |
22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티켓 판매액은 1조 436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4000억 원에 불과했던 티켓 판매액은 2022년 1조 284만 원, 2023년 1조 2697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스타들의 활약이 그 배경에 있다. 연극은 영화·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상반기에는 ‘칸의 여왕’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 ‘벚꽃동산’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박해수, 최희서 등과 호흡을 맞춘 ‘벚꽃동산’은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폐막했다.
하반기 화제작은 조승우가 첫 연극으로 선택한 ‘햄릿’이었다. 23회차 공연이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누적 관객은 2만 13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유승호, ‘타인의 삶’의 이동휘 등이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황정민도 ‘맥베스’로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해 매진 행렬에 동참했다.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소식으로 스타덤에 오른 발레리노 전민철의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연습 장면. (사진=유니버설발레단) |
무용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지난 7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소식을 전한 발레리노 전민철(20)이다. 전민철은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 당시 아버지의 반대에도 발레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에피소드가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출연한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궁중문화축전 프로그램 ‘발레×수제천’ 등이 전석 매진으로 인기를 증명했다. 하반기 방영한 엠넷 무용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자 최호종(30)도 무용계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며 내년 활약에 관심이 모아진다.
뮤지컬은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화제였다. ‘시카고’는 복화술이 등장하는 넘버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We Both Reached for the Gun)의 인기로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킹키부츠’는 주인공 롤라를 패러디한 유튜브 콘텐츠 ‘뮤지컬스타’가 화제가 되면서 티켓 판매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온 ‘프랑켄슈타인’, 조정석·유연석·전동석이 출연한 ‘헤드윅’, 그리고 ‘하데스타운’, ‘영웅’, ‘노트르담 드 파리’ 등도 티켓 판매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클래식계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 국악계 스타로 떠오른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의 공연도 인기를 이어갔다.
탄핵 정국에 연말 성수기 위축
뮤지컬 ‘시카고’ 중 빌리 플린(최재림 분), 록시 하트(티파니 영 분) 넘버 ‘위 보스 리치드 포 더 건’ 공연 장면. 작품 속 복화술이 온라인 ‘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신시컴퍼니) |
그러나 스타들의 활약 이면에는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뮤지컬의 경우 12월 9일까지 집계한 결과 티켓 판매액 4580억 원, 공연 건수 2995건, 티켓 예매수 767만 2821매를 기록했다.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459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공연 건수(2023년 3191건)와 티켓 예매수(2023년 805만 3854매)는 1년 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팀장은 “올해 뮤지컬은 되는 작품만 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판매가 저조했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에는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연 성수기인 연말에 터진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탄핵 정국으로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말 성수기임에도 사전 예매 외에 티켓 판매가 추가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공연제작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스타들의 등장으로 2024년 공연계는 전반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공연 별로 ‘양극화’가 뚜렷해 시장이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시국 영향으로 마음 편히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어 시장 위축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