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찾은 울산 전하동 HD현대중공업 대형 엔진 조립 공장에선 작업자와 이동형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자 20여 명은 아파트 5층 높이(18m)의 대형 엔진에 올라가 전선 연결 작업을 하고 있었고, 집 크기만 한 크랭크샤프트(피스톤의 동력을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장치)가 움직이자 굉음이 공장 안을 가득 채웠다.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대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가 늘어 3년 치 일감이 꽉 찼다”며 “해외 조선소 활용 등을 통해 생산량을 10% 정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업 호황을 등에 업고 선박용 엔진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친환경 선박 열풍 속에 이중연료 엔진을 만드는 HD현대중공업에 글로벌 조선사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찾은 이 회사 대형 엔진 공장은 시운전 중인 엔진 4대와 조립 중인 엔진 7대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올해에만 대형 엔진 300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올해 매출은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3조1654억원)보다 50%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만 증가하는 게 아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15.7%에 달했다. 1년 전엔 10.8%였다.
엔진기계사업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건 이중연료 엔진이다. 이중연료 엔진은 친환경 연료인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디젤과 번갈아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디젤엔진 대비 가격이 50% 이상 비싸다. HD현대중공업 전체 수주의 7할 이상이 이중연료 엔진이다.
조선업에선 경쟁사인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뿐만 아니라 중국 조선사들도 주 고객이다. 한 대표는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한다”며 “상반기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기반 대형 엔진 생산에 들어가면 현재 6년 정도인 중국 엔진 제작사들과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으로 발전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중형 엔진인 힘센엔진은 대형 선박의 내부 전기 공급용으로 주로 쓰인다. 한 대표는 “유명 해외 정보기술(IT) 산업단지에 힘센엔진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