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제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를 통해서 세계 각국의 제품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해외 직구 구매액은 2023년에 6.7조원으로 2014년 대비 4배 증가했다. 개인통관고유부호 누적 발급 건수는 국민의 약 47%에 달하는 2436만 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해외 직구의 급성장으로 인해 제품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올해 8월 190개 해외 직구 제품을 조사한 결과, 21%에 해당하는 40개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했다. 이는 국내 유통 제품의 부적합률보다 3.5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해외 직구를 하려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안전하지 못한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사전적 규제 대신 안전성 조사를 확대하여 위험이 확인된 제품은 판매를 차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위험한 제품을 발견하면 ‘제품안전정보센터’와 ‘소비자24’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안전한 제품 구매를 위해 구체적인 제품 정보와 사용설명서, 리콜 정보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재사용전지 안전성 검사제도를 시행했다. 전기차에서 나오는 사용후전지를 검사를 거쳐 전기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등에 재활용하는 제도다. 그간 업계는 안전성을 확인할 길이 없어 사용후전지를 시장에 내놓기 어려웠으나, 이제 안전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안전 관리가 기업에 불편함을 주는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 안전을 지키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하는 균형 있는 제도를 완성한 것이다.
기업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소비자는 안전한 제품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규제와 자율이라는 상반된 가치의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경제의 활력을 모두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안전 정책과 국민의 자율 사이의 균형을 찾아 제품의 홍수 속에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오늘 ‘제17회 제품안전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