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스트리트, ‘선행매매’ 의혹…테라·루나 폭락 방아쇠 당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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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스트리트, ‘선행매매’ 의혹…테라·루나 폭락 방아쇠 당겼나

입력 : 2026.02.27 09:00

美 제인스트리트, 부당이득 반환 피소
퀀트사, 테라·루나 사태 ‘원흉’ 지목
“테라 몰락 전 10분 만에 UST 던졌다”
제인스트리트 “돈 뜯어내려는 시도” 일축
400억달러 증발시킨 제인스트리트 ‘검은 10분’

테라폼랩스와 제인스트리트 간의 내부자 거래 및 선행매매 의혹을 시계열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2022년 5월 7일 테라 측의 미공개 자금 인출 직후(10분 이내), 제인스트리트가 8500만 달러 규모의 UST를 매도하며 디페깅의 단초를 제공한 정황이 한눈에 나타나 있다. [출처=바이낸스 광장]

테라폼랩스와 제인스트리트 간의 내부자 거래 및 선행매매 의혹을 시계열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2022년 5월 7일 테라 측의 미공개 자금 인출 직후(10분 이내), 제인스트리트가 8500만 달러 규모의 UST를 매도하며 디페깅의 단초를 제공한 정황이 한눈에 나타나 있다. [출처=바이낸스 광장]

2022년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며 약 400억달러(약 53조원)의 증발을 초래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배후로 세계 최대 퀀트 트레이딩 기업 중 하나인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가 지목됐다.

제인스트리트가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 내부의 미공개 정보를 빼내 이른바 ‘선행매매’를 감행했으며, 이것이 1달러 고정 가치가 깨지는 ‘디페깅(Depeg)’과 테라 생태계의 붕괴를 직접적으로 촉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와 윈드다운 신탁(Wind Down Trust)의 파산 관재인인 토드 스나이더는 지난 19일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인스트리트와 소속 트레이더들을 내부자 거래, 사기, 시세 조종 등의 혐의로 제소했다.

◆ ‘인턴’이 파놓은 파이프라인…‘브라이스의 비밀’ 채팅방

토드 스나이더(Todd R. Snyder) 테라폼랩스 파산 관재인이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 첫 페이지. 소장에는 제인스트리트가 내부자 거래와 시세 조종을 통해 테라 생태계 붕괴에 일조했다는 혐의가 적시돼 있다. [출처=미 뉴욕 남부지방법원]

토드 스나이더(Todd R. Snyder) 테라폼랩스 파산 관재인이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 첫 페이지. 소장에는 제인스트리트가 내부자 거래와 시세 조종을 통해 테라 생태계 붕괴에 일조했다는 혐의가 적시돼 있다. [출처=미 뉴욕 남부지방법원]

소장에 따르면 제인스트리트의 시장 농락은 고도의 기술이 아닌 전형적인 ‘내부자 정보 빼돌리기’에서 시작됐다. 핵심 인물은 테라폼랩스 인턴 출신으로 2021년 9월 제인스트리트에 합류한 브라이스 프랫(Bryce Pratt)이다.

프랫은 테라폼랩스 재직 시절 맺은 개발자 및 연구 책임자와의 친분을 이용해 2022년 2월 ‘브라이스의 비밀(Bryce’s Secret)‘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을 개설했다. 제인스트리트는 이 채팅방을 통해 테라 생태계의 비공개 자금 조달 계획과 운영 상황 등 미공개 중요 정보(MNPI)를 지속적으로 입수했다.

◆ 운명의 5월 7일, ‘선행매매’가 디페깅의 방아쇠를 당기다

관재인 측은 제인스트리트의 선행매매와 테라 몰락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5월 7일 오후 5시 44분(미 동부시간) 벌어졌다. 당시 테라폼랩스는 새로운 유동성 풀인 ‘4pool’을 준비하기 위해 기존 ‘Curve 3pool’에서 1억 5000만 UST를 시장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인출했다. 이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철저한 기밀이었다.

하지만 제인스트리트는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테라폼랩스의 인출이 일어난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53분, 제인스트리트는 8500만 UST를 USDC로 대거 스왑(교환)하는 거래를 단행했다.

소장은 이 8500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Curve 3pool에서 발생한 단일 최대 규모의 스왑이었으며, 이것이 UST의 가파른 매도세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시장은 공황에 빠졌고, 제인스트리트가 UST를 처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1달러 페깅이 깨지며 테라와 루나는 영원히 회복 불가능한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즉, 내부 정보를 이용한 제인스트리트의 선행매매가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린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시장 붕괴 중에도 ‘숏(공매도)’으로 이익 챙긴 월가

제인스트리트의 탐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월 8일과 9일 UST 가치가 0.8달러 아래로 폭락하자, 테라 측은 사태 진화를 위해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 등과 비밀리에 자금 조달을 논의했다.

제인스트리트는 프랫을 통해 테라의 권도형 전 대표에게 직접 접근해 할인가에 비트코인이나 루나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며 테라의 절박한 재무 상황을 추가로 파악했다.

그리고는 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등 철저히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했다. 관재인은 “제인스트리트는 다른 투자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잃는 동안, 내부 정보를 통해 적시에 잠재적 손실 위험을 해소하고 수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제인스트리트 측은 이번 소송이 “돈을 뜯어내려는 투명하고 절박한 시도”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월가의 기관투자자들이 혁신을 명분으로 시장에 진입해놓고, 실제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 위에서 막대한 차익만 챙겼다”며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파산 관재인은 이번 소송을 통해 제인스트리트가 얻은 부당 이익을 전액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분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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