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IB] 뒤집힌 판…교보 풋옵션 분쟁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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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이 다시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고등법원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간접강제금 명령을 무효로 본 1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중재 판정의 실효성과 대주주 의무 이행 책임이 재차 확인됐다. 당장 하루 20만달러의 간접강제금이 집행되는 것은 아니나 신창재 회장의 선택지는 한층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EQT와 신 회장 간 풋옵션 분쟁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모펀드 측 주장을 추가로 인용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1심은 ICC 중재판정부가 간접강제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이를 인정했다. 국제중재 판정의 집행력을 국내 사법부가 폭넓게 수용한 셈이다.

앞서 ICC는 지난 2024년 12월 중재판정에서 신 회장에게 △30일 이내 감정평가인 선임 △선임 이후 30일 이내 풋옵션 감정평가보고서 제출을 위한 모든 조치 이행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 완료 시까지 하루 20만달러의 간접강제금 지급 등을 명령했다. 쟁점은 단순히 '선임 여부'가 아니라 보고서 제출이라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의 범위였다.

2심 재판부는 평가기관의 최초 선임은 형식적으로 이행됐다고 보면서도, 보고서 제출을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 발생 시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중재 판정의 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후속 중재 절차에서는 간접강제의 구체적 범위와 집행 방식이 보다 직접적인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로 IMM·EQT 측 협상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후속 ICC 중재 판정이 조만간 나올 예정인 가운데, 중재판정부가 보고서 제출 기한을 특정하거나 간접강제 수준을 재조정하는 등 보다 구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간접강제금이 현실화될 경우 부담 주체가 교보생명이 아닌 신 회장 개인이라는 점 역시 변수다.

신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를 통해 법리 다툼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통상 중재 친화적 기조를 유지해 왔고, 계약 해석과 의무 범위 판단은 사실심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면 파기보다는 권한 범위나 집행 방식에 대한 보완적 판단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신 회장 측이 감정평가기관 재선임과 보고서 제출이라는 실질적 이행에 나설지, 장기전으로 끌고 갈지에 따라 분쟁의 향방은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상당히 장기전이 된 이번 사례가 단순한 금전 다툼을 넘어 대주주 책임, 국제중재 집행력, 국내 법원의 사법적 태도를 동시에 가늠하는 주요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본다.

한 금융권 중재 전문 변호사는 "이번 2심은 중재판정의 실효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사법부가 보다 명확한 신호를 준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국내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 간 분쟁에서 협상 구도와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쟁점은 법리 공방이 아니라 의무 이행을 둘러싼 진정성과 속도"라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협상력의 균형은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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