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제9회 늘푸른연극제가 오는 3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대학로 눈빛극장에서 열린다고 한국연극협회가 24일 밝혔다.
늘푸른연극제는 한국문화예술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그 업적을 공연으로 기리는 연극제다. 올해는 연출 부문에 강한근, 여무영을, 연기 부문에 장미자, 김재건을 선정했다. 슬로건 ‘플레이 어게인’(play again)에는 연극의 재미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유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강한근 연출은 제주연극의 개척자이자 산증인으로 통한다. 1980년 제주 최초로 전문 극단 정낭극장을 창단, 현재까지 50년 동안 100여 작품을 선보였다. 제주언어, 제주민요, 제주무속, 제주풍물을 연극에 활용한 ‘제주의 극’을 만들어 독특한 문화유산인 제주의 전통문화를 지속 보전 발전시키고 있다. 풍자 해학 소설의 대표적인 고전 ‘배비장전’을 제주 문화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접목해 재탄생시킨 연극인 ‘제주 배비장전’을 11월 5~6일 양일간 공연한다.
배우 김재건은 국립극단을 거쳐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했으며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받은 바 있다. 11월 9~2일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오영진 작/문삼화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친일파 이중생의 권모술수와 죽음에 얽힌 인간군상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배우 장미자는 1960년 데뷔 이래 다양한 장르에서 64년간 무대를 지켰다. 1970년대부터 여러 영화에도 출연했고 가족 드라마와 역사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11월 15~18일 ‘춤추는 은빛 초상화’(티나 하우 작/김진만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뉴욕타임스가 ‘모든 것이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연극’이라고 극찬한 작품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극인생의 동반자 배우 박웅과 함께 감동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여무영 연출은 54년 동안 연극계에서 활동하며 120여 편의 공연을 선보였고 영화와 드라마 장르에서도 활약했다. 1977년에는 국내 최초로 록펠러재단과 뉴욕 라마마 극단 초청으로 신구, 이호재, 전무송 등과 미국과 유럽 해외 순회공연을 다녀왔다. 40대 초반에는 국내 최초로 모스크바로 유학, 러시아 국립모스크바쒜쁘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M.F.A)한 뒤 귀국해 서울시극단을 창단했다. 이후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고 지난해에는 종로연극협회를 창립했다. 11월 21~24일 세계적인 작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공연한다.
제9회 늘푸른연극제는 올해 작고한 연극계의 거목 오현경, 임영웅을 ‘아카이빙 토크’와 ‘아카이빙 공연’으로 기리는 자리도 만든다. 연극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 누비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한 오현경을 후배 연극인들이 아카이빙 토크쇼 형식으로 회고하며,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고도를 기다리며’ 등 한국 연극의 새 지평을 연 임영웅의 작품세계를 공연 형식으로 아카이빙 한다.